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나는 회사에서 노사담당으로 일한다.
일반적인 회사의 ‘노무팀 or 노사팀’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
나는 조금 다르다.
직원들이 있는 곳에 함께 한다.
직원들이 찾아오기 전에,
내가 먼저 찾아간다.
현장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유니폼을 입고 하루 종일 업무를 함께 한다.
그렇게 전국 수십 곳의 사업장을 다니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책인사님.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야기를 해줘서 고마운 것은 나였다.
회사는 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했다.
그래서 나는 직원들이 있는 곳에 함께 했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하루 종일 함께 땀을 흘리며 일했고,
함께 저녁자리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본사의 높은(?) 사람이 와서,
하루 종일 함께 땀 흘리며 본인들과 똑같이 일하고,
저녁 늦은 시간까지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
나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하지만,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은 자주 챙겨본다.
‘유퀴즈’에는 우리 주변의 평범하지만,
깊은 교훈을 남겨주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얼마 전 유퀴즈 100회 특집에 출연한,
‘위기협상 전문가 이종화 대표님’의 이야기를 보았다.
이종화 대표님의 이야기에 많은 공감이 되었다.
“Talk to me. 듣고 싶어요.”
위기협상 전문가와 노사 담당자는 비슷한 점이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
설득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공감과 경청은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위기협상 상황과 노사분규 상황은 비슷한 면이 있었다.
감정이 쌓이다, 임계점을 넘는 순간 대치상황이 발생한다.
이를 예방하는 방법은 끊임없는 소통이다.
이미 벌어진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도 소통이다.
소통의 방법 중에서도 경청이 중요하다.
경청은 공감이다.
경청은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줄 수 있다.
경청은 자존감을 올려준다.
경청은 이성적인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종화 대표님의 이야기와
내가 직원들에게 자주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Talk to me. 듣고 싶어요.”
잘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 주변의 상당 부분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최고의 소통 방법은 설득이 아니다.
경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