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사람 안 뽑아요?
지난 수요일,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내가 속한 팀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전국 사업장에 보내야 하는 우편업무가 있다.
그래서 회사 휴게실 한 편에서
전국 사업장으로 보내는 우편물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장기근속자 분이 지나가며 말씀하셨다.
“인사씨~ 밑에 직원 안 뽑아?
아직도 이런 일 직접 해?”
“네~ 괜찮아요~ 금방 끝나요~”
라고 답하고, 업무를 마무리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서,
‘유퀴즈’를 시청했다.
제106화 ‘N주년’ 편에서는
개교 50주년이 된 카이스트(KAIST)의 이광형 총장님이 출현했다.
총장님의 인터뷰 중,
상당히 감명 깊은 내용이 있었다.
바로 상하 반전 조직도.
KAIST 이광형 총장님 집무실의 조직도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조직도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총장이 조직도의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광형 총장님은
“총장이 누구를 섬겨야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학생과 교수를 제일 위로 모시기 위해서”
라고 설명해 주었다.
크게 공감이 갔다.
그리고 낮에 회사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인사씨, 밑에 직원 안 뽑아?”
흔히들 팀원을 ‘부하직원’이라고 한다.
‘밑에 직원’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업무는 ‘시킨다’ 또는 ‘지시한다’라고 말한다.
반대로 팀원들은 상사를 가리켜,
‘윗사람’, ‘회사에서 높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업무를 보고한다’ 또는
‘시키신 일을 처리한다’라고 한다.
섬기는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는 말이 있다. 섬기는 리더십의 핵심은, 지시나 명령을 통한 조직운영이 아니다. 조직 구성원들의 성장과 발전을 도와주어 조직의 목표 달성을 도모하는 것이다.
KAIST 총장님의 조직도에서 Sevant Leadership의 실천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나도 우편물을 보낼 수 있다. 우편물을 보내는 업무가 내가 하기에 하찮은 업무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시킬 밑의 사람을 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회사 업무를 통해 내가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는 함께 할 내 조직의 구성원이 회사와 함께, 그리고 나와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나의 잡일을 덜어줄 부하 직원이 아닌,
나와 함께 멋진 성과를 만들어 나갈 동료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