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필패
나는 싸움닭이었다.
단, 1원도 손해 보는 것을 참지 못했다.
회사를 위해서라면 싸움도 불사했다.
후배들에게도 나는 나쁜 선배였다.
오탈자 하나를 가지고 영혼까지 탈탈 털었다.
그러던 내가 한없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나보다 더 강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처음 접해보는 상대적 약자 신분에
이제는 내 영혼이 털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길을 잃기 시작했고,
‘방황 탈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강해지기 위해 책을 읽었다.
다시는 지기 싫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눈물이 났다.
오집과 편견으로 가득 찬 나의 과거가 떠오르며,
나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때 이 문구를 접했다.
독서필패
독서불패가 아니라 독서필패다.
책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지기 위해 읽는다. 독서는 품위 있게 지기 위한 무장이다.
-‘읽기의 말들’ 중에서 (박총 지음)-
수영을 배우던 시절이 떠올랐다.
“숨 쉬려고 고개를 들면 몸이 가라앉아요.
반대로 몸을 가라앉혀야, 편하게 숨을 쉴 수 있어요.”
초급반은 가라앉지 않기 위해 고개를 들었고, 몸은 가라앉았다.
중급반은 숨을 쉬기 위해 몸을 가라앉혔기에,
편하게 숨을 쉴 수 있었다.
몸이 물속에 가라앉을수록,
더 빠르게 물을 가로지를 수 있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서필패’ 문구를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무조건 내 주장대로 했다고 해서,
내가 이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대방이 존중받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배려받았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
결국엔 장기적으로 나에게도 더 큰 이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는 상대가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 싫었다.
지금은 내가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이익과 기회를 얻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모두 독서 때문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기로 했다.
많이 읽기로 했다.
다독의 기준을 세우고 싶어 하던 시기에
이 문구를 접하게 되었다.
왜 100여 권의 책을 기준으로 했을까?
그것은 독서가 ‘기술’로서 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경계선이 얼추 100권이기 때문이다.
-‘독서력’ 중에서 (사이토 다카시 지음)-
그래서 100권을 읽었고,
내 인생은 바뀌었다.
예전의 나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허우적거리는 수영 초보자 같았다.
책을 읽고 편안하게 질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넘어지는 법을 배웠다.
작게 넘어지니 크게 다칠 일이 없었다.
독서라는 손잡이를 잡으니 넘어질 일도 많지 않았다.
물속으로 들어가 보니,
내가 원하는 순간에 숨을 쉴 수 있었다.
물속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었다.
물속에서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물 위에서만 아웅다웅 다툴 필요가 없었다.
이 모든 게 100권의 독서에서 비롯되었다.
100권의 독서로 멋지게 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장기적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싸우지 않는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얻게 하며,
장기적으로 내가 원하는 바를 얻는다.
상대가 존중받는 느낌을 받게 해 주며,
나도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독서가 있기에 가능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