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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Aug 30. 2021

출근길의 주문

하루를 시작하며 생각한다.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지나가길’이라고.

출근길을 기도와 같은 마음으로 시작한다.


출근길을 기도하는 마음처럼 시작해서 일까?

책 제목에 눈길이 가서 읽어보게 된,

‘출근길의 주문’의 유익했던 표현들을 적어본다.


[출근길의 주문 _ 이다헤 지음 _ 한겨레출판사]


1) 남녀고용평등법 탄생 배경

 1983년 회사원이었던 미혼의 이경숙 씨를 기억한다. 여성에게만 적용되었던 조기정년제 폐지를 이끌어낸 이경숙 씨의 소송은 교통사고로 시작되었다. 사고 후유증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된 이경숙 씨는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다. 당시 서울민사지법은 여성이 평균적으로 26살에는 결혼 퇴직을 하기 때문에 회사원으로서 수입은 없다고 판결했다. 여성계는 이 판결에 항의하며, 여성의 조기정년제 철폐를 위해 싸웠고, 그 성과는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누구 한 사람만 앞에 있어도, 한 명만 눈에 보여도, 그 길을 선택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


2)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다면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다면, 말을 시작하기 전에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쉰다. 가능한 천천히 또박또박 말한다. 분한 대로 쏟아 내버리면, 종종 상대는 그 ‘태도’를 문제 삼아 그 자신의 잘못을 희석시킨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다면, 글을 쓴 이후에 ‘절대’ 바로 ‘보내기’를 누르지 않는다. 화난 상태에서 쓴 글은 반드시 열이 식은 뒤 퇴고한다. 그런 글은 높은 확률로 커리어에 악영향을 끼친다. 인간관계도 물론.


3) 두괄식입니다.

 유튜브는 바로 본론으로 시작합니다. 시작하고 바로 ‘재미있겠는데?’하는 인상을 주지 못하면 영상을 꺼버리니까요. 많은 글도 그렇게 변화했어요. 초반에 관심을 확실히 끌지 않으면 끝까지 읽히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이죠. PPT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 초반에 눈길을 끌지 않으면 청중은 금방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립니다.


4) ‘왜냐하면’ 효과

 1970년대. 하버드 대학교의 엘렌 랭거라는 심리학자가 진행한 실험이 ‘왜냐하면’ 효과를 입증했다고 합니다. 랭거의 실험은 부탁을 할 때, 부탁의 내용을 먼저 말하고 “왜냐하면”이라고 이유를 붙였다고 합니다. “실례합니다만, 제가 먼저 복사기를 사용해도 될까요?” 이렇게 말할 때 94%의 사람들이 양보를 했다고 합니다. <웃는 얼굴로 구워삶는 기술>이라는 책에 등장하는 이 실험은, ‘왜냐하면’ 뒤에 별 대단치 않은 아무 말이 따라붙어도 효과가 있다는 사살을 덧붙입니다. “실례합니다. 제가 다섯. 장만 복사하면 되는데요, 복사기를 먼저 사용해도 될까요? 왜냐하면 제가 복사를 해야 하거든요.” 이런 말을 들은 사람들은 비웃는 대신 93%의 확률로 양보해주었다고 합니다.


5) 스몰토크

스몰토크는 가볍게 주고받는 말을 뜻한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일로 알게 된 사람과 일을 하는 중에 주고받는 별것 아니지만 분위기를 살리는 대화를 일컫는 표현이다. 사적으로 깊은 대화를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일단 아무 말이든 해서 경직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자 할 때 나누는 ‘이 말 저말’이다. ‘침묵’이 너무 무겁게 좌중을 짓누를 때 가볍게 웃으며 화제를 전환할 수 있는, 혹은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말이다.


6) 책임지는 자리

 직급이 올랐다고 해도 많은 직장인들은 딱히 결정권이라는 걸 자유롭게 갖는다고 느끼는 법이 없다. 하지만 아랫사람 입장에서 보면 다 비겁한 변명이다.

 실무에 머문다고 해서 정년이 길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려워도 책임지는 자리에 가는 경험이 커리어의 성장을 불러온다.


7) 확실한 피드백

 내 직장생활 초기에 부정적 피드백과 긍정적 피드백 모두를 가장 많이 주었던 상사를 나는 몹시 신뢰했는데, 신뢰한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그가 나의 퍼포먼스를 정확히 꿰뚫어 본다고 느껴서였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본인이 수정 작업을 시작했다.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았고 결과도 좋지 않다면 그는 일을 다시 해오라고 했다. 일을 열심히 했고 결과도 좋다면 모두가 알게 했다. 내가 열심히 했는지 안 했는지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일하는 과정을 누구보다 신경 써서 보고 있다는 것만큼은 의심한 적이 없다. 그래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일했고, 그 결과는 이후 내가 받은 아주 많은 이직 제안으로 이어졌다. 내가 업무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은, 그런 확실한 피드백에서 온다.


8) 비전이 없는 이유

 20대와 30대에 어렵사리 들어간 직장을 그만두는 이유를 물어볼 때, 가장 많이 듣는 대답이 ‘비전이 없어서’이다. 그런 말을 하면 40대 이상은 “누군 비전이 있어서 다니나” 같은 답을 한다. 답답한 노릇이다.

 젊은 직원들이 회사에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할 때는, 업계의 미래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윗사람을 뜻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9) 빠른 포기가 패턴이 되면 곤란하다.

 그래도 이 한 가지는 명심하자. 영 아니다 싶은 직장을 우기고 다닐 이유가 없고, 포기는 빠를수록 좋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른 포기’가 패턴이 되면 곤란하다. 문제 해결을 오로지 ‘퇴직’으로만 하면, 특히나 자신의 기획을 자기가 수거하지 않고 그만두기를 반복하면, 정말이지 업계 내 신뢰도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게 되어 있다.


[책장을 덮으며]

 사회생활을 건설회사에서 시작했다.

건설회사는 업종의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여성이 적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여성 대리조차 없었다. 여성들은 대부분 ‘여직원’이라고 불렸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급여에서도 차이가 있었고, 진급 연차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나도 군대를 다녀왔지만, 군대를 다녀왔다는 이유로 급여를 더 받고, 진급을 더 빨리해야 하는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 책의 부제는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킹’이다. 이 책의 부제를 읽으며, 책의 내용은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커리어 우먼들을 위한 조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여성뿐만이 아니라, 여성의 사회생활에 대한 잘 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내용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지금 내 주변의 동료들만 보아도 그렇다. 분명 여성분들이 강점을 발휘하는 일들이 있고, 모든 면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여성분들이 있다.


 첫 회사는 남성 위주의 회사였다. 수직적인 문화가 주를 이루었고, 조직의 창의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5:5에 가까운 성비를 가지고 있다. 수평적인 문화가 잘 조성되어 있고, 조직 구성원 들의 창의성도 돋보인다. 무엇보다 퍼포먼스가 좋다.

 성별, 학력 등의 차별없이 본인의 역량 그대로를 인정받고 발휘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길 바란다. 이 책을 읽고 새롭게 생긴 나의 출근길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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