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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Feb 21. 2022

동료를 권고사직시켰다.

나는 인사노무팀에서 일한다.

그러다 보니, 나의 업무 중에는 '퇴직 업무'가 있다.


직원들이 퇴직하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한, '퇴직 면담'을 한다.

물론 퇴직 면담에서 퇴직을 결심한 사유를 이야기하는 직원은 적다.

보통의 경우, '이직'과 같은 퇴직의 결과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직원들을 퇴직시키기도 한다.

흔하지 않게 '징계해고'를 통지하기도 한다.


이번 경험은 조금 달랐다.

바로바로 얼마 전까지 옆 팀의 팀장이었던, 동료를 권고사직시키게 된 것이다.




동료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동료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듯했다.

잘 지내냐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굳이 이렇게 집 근처까지 찾아오지 않으셔도 되는데라며 미안해하는 동료에게,

어렵게 회사의 결정사항을 전했다.


동료는 본인이 마주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정말 이 방법밖에 없는지 묻고 또 물었다.

나 또한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가슴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웠다.


오랜 대화 끝에 동료가 결심을 했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본인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책인사님이 피해를 볼 것 같아서 더 이상 고집부리기가 쉽지 않다.'라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책인사님의 마음은 오죽하겠냐'며.


결국 동료가 사직서에 사인을 했다.

동료와 나는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추웠다.

귀가 길에 다음 날 아이들이 먹을 간식을 사 왔다.

집에 돌아오자, 아이들이 환하게 반겨주었다.

"아빠,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라며.

"와~ 내가 좋아하는 간식이다!"라며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나는 동료를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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