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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Feb 16. 2020

직장인 드레스 코드

라떼는 말이야 - #18. 기승전 근무복

[출근 D-1]

나는 토요일에 제대했다.

첫 출근은 월요일.


시간이 없다.

일단 백화점으로 가서,

여름용 정장과 와이셔츠를 한 아름 샀다.


회사의 드레스 코드를 알 수 없었기에

종류별로 다양하게 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는,

모시 한복 느낌의

긴팔 와이셔츠도 샀다.

(물론 한 번도 입지 않았다.)


[출근 첫날]

월요일 아침,

사무실에 들어섰다.

"OMG!"

모두 회사 근무복을 입고 있었다.

‘나 어제 뭐한 거니?’


어찌 되었든

새로 산 정장에 와이셔츠는 쓸모가 있을 것 같았다.

(근무복 밑에 예쁘게 받쳐 입어야지^^)


[출근 3일 차]

현장으로 발령이 났다.

(https://brunch.co.kr/@azafa/55) 참조


현장에 도착해 보니

모두 티셔츠, 청바지, 안전화 차림이다.

나만 덩그러니 양복차림이었다.


집에 가서 편한 옷으로 챙겨 오라 하셨다.

(집에는 지난주까지 입은 전투복에 운동복만 있는데?)


어쩔 수 없이 다시 백화점 행.

부푼 꿈을 안고 입사를 했는데,

티셔츠에 청바지는 싫었다.


나름 절충안으로

자전거를 탄 캐릭터 브랜드의

단정한 셔츠와

면바지를 여러 벌 샀다.


[입사 2개월 차]

다시 본사로 발령이 났다.

2달 전 샀던 정장을 다시 꺼내 입었다.

곧 가을이 왔고,

춘추복 정장을 맞춰 입었다.


춘추복 정장을 조금 입었더니

겨울이 왔고,

롱코트도 하나 맞춰 입었다.




물론 출근하면

정장은 옷장으로 직행.

그리곤 회사 로고가 왼쪽 가슴에

큼지막하게 박힌

회사 근무복으로 바꿔 입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입사 후 반년 동안은

옷만 사다 끝난 것 같다.


참고로 첫 월급보다

입사 후 한 달 동안 지불한

옷값이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말 열심히 옷을 샀는데,

나의 드레스 코드는

결국 기승전 회사 근무복이었다.


근무복은

애사심을 키우고

획일화된 의식을 갖게 해주는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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