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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일 Nov 17. 2019

조금은 늦은, 조금은 이른 시작

내 공방을 열다

내 수중에는 800만 원 정도가 있었다. 가게를 얻고 시작하는 데 가장 큰 난관은 보증금이었다. 변두리의 지하1층 창고도 보증금으로 300에서 500만원이 나가고 시작했다. 일단 쉐어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문래동을 처음 찾았다. 내가 가기 얼마 전 태양이 뮤직비디오를 찍고 갔다고 했다. 포털사이트 까페를 통해 만나 처음 간 곳은 서너 명이 쉐어를 하는 공간으로 문래공원 사거리 인근에 있었다. 문래동에서 3년 넘게 머문 지금이야 익숙한 곳이지만, 당시에는 처음이라 풍경 하나 하나가 낯설었다. 


쉐어하는 작업실에 도착해, 내게 무슨 작업을 할 거냐고 물어 목공이라 답했다. 다른 이들은 아무래도 순수예술쪽이라 어색한 웃음을 보였다. 내게 주어질 공간도 너무 좁았다. 나와서 한 부동산에 들어갔다. 근처 1층에 마침 싼 게 비어있다고 있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30만원짜리지만, 전대차로 나와서 월세 20만원만 내면 된다고 했다. 가게를 보고 바로 계약하기로 했다.  

그렇게 빈 공간에 하나 하나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큰 장비는 작업실의 자리도 비용도 모두 모자라 자잘한 것들로 모으기 시작했다. 허접한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블로그를 만들고 지도에도 공방을 등록했다. 따로 광고에 쓸 돈도 없고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도 어떻게 전화로 문의하고, 찾아와서 주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의뢰받은 가구들을 납품하고 잔금을 받으면 추가로 공구나 장비들을 하나씩 샀다.  


원래의 임차인의 계약이 끝나자 건물주와 직접 계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20만 원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었지만, 보증금과 함께 10만원 월세인상은 공간이 다시 보이게끔 했다. 결국 파기해 계약금만 날렸지만 마포의 창고를 새로 계약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그래피티씬에서 손꼽히는 한 형과 친해졌는데, 나에게 영상은 안 찍냐고 했다. 제작과정이나 결과물 사진은 다 찍는다고 하니, 그것말고 제작영상을 찍어두라고 했다. 먼지날리는 작업하는데 정신없이 무슨 카메라냐 하다가, 마이스타일러 웹사이트 만들 때 사서 쓰다가 몇년 째 먼지 쌓여있는 싸구려 SLR카메라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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