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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연 Oct 30. 2020

죽은 친구를 살리기 위해 그림을 그리다

[물감과 타이프]

ⓒ서정연


"나는 그린다. 녀석을 그린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그린다. 말을 하기 전에 버릇처럼 살짝 올라가는 한쪽 입매,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웃음과 가느다란 콧날, 긴 속눈썹에 덮여 적당히 그늘이 드리워진 두 눈을 그린다. 녀석의 단단한 이마와 튀어나온 눈썹 뼈, 아슬아슬하게 깎인 턱 선을 그린다. 몸의 어딘가가 비어 있는 것처럼 조금만 움직여도 그대로 무너져 내릴 것 같던 녀석의 서늘한 기운을 그린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녀석의 존재를 그린다. 내가 그려내기 전에 녀석은 아직 죽지 않았다. 죽지 않았으므로,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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