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재
그의 맨살을 바라보며 그의 이불 밑에 누워 있었다. 어색함을 감추려 자꾸만 그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두툼한 손바닥에 군데군데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그의 길고 뭉툭한 새끼손가락을 손에 쥐고 가만히 주물렀다.
… 저음은 배음이 많으니까 조심히 다루고, 오른손 새끼손가락에는 힘을 더 실어야지.
저음부의 길고 두꺼운 현은 더 많은 공기를 진동시켜 쉽게 깊은 소리를 낸다. 피아니스트의 오른손 새끼손가락은 세 옥타브를 훌쩍 넘는 저음부의 베이스와 한두 옥타브 아래에서 소리의 질감을 직조하는 내성부를 뚫고 나와 탁월히 빛나야만 한다. 빛나는 최상 성부의 선율을 위해, 설이의 가느다란 새끼손가락은 늘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이 손으로 피아노 치면 참 잘 치겠다.”
설이의 말에 그가 피식 웃었다.
“피아노? 난 답답해서 못 해.”
아니야, 네가 하는 일과 내가 하는 일은 결국 같아.
설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자신의 음악도 그의 체육과 마찬가지로 몸을 단련하는 일일 뿐이라는 사실을.
그가 옆으로 돌아 누웠다. 그의 시선이 설이의 가슴을 향했다. 맨살의 적나라함이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의 건장한 근육 뒤에 숨겨진 어린아이 같은 열망이 낯설었다. 설이는 아랫배를 찌르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통증에 소스라쳤다. 몸 안에 누군가를 들이는 일이 이토록 사나운 일일 줄이야. 덜컥 겁이 날 정도로 낯선 감각은 육체의 속도가 마음의 속도보다 앞섰음에 대한 뒤늦은 후회와 닮아 있었다.
날카로운 통증이 잦아들자, 낯선 움직임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마음의 공허함은 떨쳐내기 어려웠다. 두 개의 육신이 하나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 몸부림은 온전하지 못한 반쪽짜리 인간들의 고해성사 같았다.
육체는 한평생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이었다. 연습과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태어나는 순간 각자에게 부여된 한계였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다른 것도 아닌 몸으로 두 영혼 사이의 간극을 뛰어넘으려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