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10

소설 연재

by 바달



저기 하얀 새 보이지? 봄마다 돌아오는 저 새들을 보며 만든 게 있어. 여기서 기다려 봐.


너는 나루터 앞에 나를 홀로 남겨두고 잽싸게 오두막을 향해 걸어간다. 나는 가만히 서서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호수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삐그덕거리는 교각 위를 걸어 탁 트인 호수와 마주 선다.

태양이 산 중턱에 걸리자,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따스한 색으로 일렁이는 호수 위에 세상이 거꾸로 담겨 있다. 나무도, 산과 하늘도 모두 물구나무를 서고 있다. 거대한 거울 속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무리 지은 하얀 새들이 호수 위를 누빈다. 가벼운 날갯짓으로 부드럽게 공기를 가른다.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더니 속도를 줄여 물 위에 내려앉는다. 물결이 둥글게 퍼져 나간다.

나는 무릎을 굽혀 호수 앞에 웅크려 앉는다. 물 위에 떠 있는 새의 깃털이 부드러워 보인다. 오른손을 뻗어 보지만 닿을 리 만무하다. 손을 거두고 가만히 새들을 바라본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겁 없이 물속에 머리를 박는 놈도 있다.


새들은 뼛속이 비어 몸이 가볍기 때문에 하늘을 날 수 있다. 하지만 새가 날 수 있는 것은 가벼운 무게 때문만은 아니다. 날렵한 부리에서부터 이어지는 매끄러운 턱선, 그리고 그 아래로 이어지는 탄탄하게 솟은 가슴. 제 몸집만 한 날개를 움직이는 강한 힘이 저 안에 들어있다. 희미한 공기의 밀도를 밀어내고 공중으로 박차 오를 수 있을 만큼의 힘이다.


옷자락 속이 괜스레 허전하게 느껴진다. 볼품없게 말라버린 내 가슴엔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다.


너는 저 새들을 보며 무엇을 만들었을까. 너는 그것을 만들며 새의 무엇을 생각했을까. 유려한 곡선이었을까, 아니면 강인한 날갯짓이었을까. 너는 이곳에 앉아 오래도록 저 새들을 바라보았겠지. 너는 먼 옛날부터, 어쩌면 시간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이곳에 홀로 살았을 것 같다. 짐작일 뿐이지만 동시에 확신이기도 하다.

쓸데없이 심술이 난다. 너의 모든 순간을 공유하기에 이곳은 너무 넓다. 그런 생각을 할수록 거대한 호수 앞에 앉은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다. 너의 오두막이 궁금하다는 말도 끝내 입 밖으로 내지 못 했다. 따라오라는 말 대신 여기서 기다리라던 너의 말을 나는 공연히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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