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재
자, 이거 받아.
너는 호수 앞에 웅크리고 앉은 나를 내려다보며 무언가를 건넨다. 나는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나무로 조각한 새.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이제 막 박차 오르려는 미세한 움직임을 품은 작은 새. 네가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인지 매끈한 나뭇결에 온기가 배어 있다. 나는 그 온기가 사라질 때까지 너의 나무 새를 손에 꼭 쥐고 있는다.
이제 몸을 일으키고 싶다. 네 작품이 예쁘다고 말해주고 싶다. 너와 눈을 마주 본 채로 그렇게 하고 싶다.
두 발로 땅을 밀어내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눈에서 멀어지던 호수가 다시 나를 끌어당긴다. 눈앞이 아찔하며 현기가 일어난다. 손에 힘이 풀린다. 나는 손에 쥔 것을 놓친다.
어떡해…
너의 작은 새를 이렇게 잃어버리고 싶지는 않다. 호수를 향해 팔을 뻗는 순간 체중이 앞으로 쏠린다. 숨이 멎을 듯한 강한 충격과 함께 차가운 호수가 나의 몸을 집어삼킨다. 잔잔하던 수면 위로 거대한 파문이 일고 있다. 물방울이 산산이 깨진 유리 조각처럼 튀어 오른다.
몸에 힘을 빼. 그래야 물 위로 뜰 수 있어.
몸 위로 쌓여가는 무거운 수층 너머로 너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물을 딛고 올라 서보려는 몸부림은 가엽다. 호수는 계속해서 나를 집어삼킨다. 호수의 거대한 무게에 고막이 눌린다. 귀속이 먹먹하다. 눈앞에서 흔들리는 빛의 잔영은 멀어져 간다. 나는 몸에 힘을 빼는 법을 알지 못한다.
이 호수에는 바닥이 있을까. 두려움이 몰려온다.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나는 몸부림을 멈추고 두 눈을 감는다.
묵직한 파동을 느낀다. 무거운 침묵이 깨진다. 눈을 뜬다. 누군가 나의 팔을 강하게 움켜쥔다. 눈앞에 일렁이던 빛깔들. 이내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올라가, 어서.
너는 나를 나루터 위로 밀어 올린다. 거친 나무판자에 손이 닿자마자 나는 물에 젖은 몸을 온 힘을 다해 끌어올린다. 양 무릎을 나무 바닥에 붙이고서야 숨을 고른다. 바닥을 짚은 두 손이 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