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재
너 정말 웃기는 애구나. 그렇게 무턱대고 뛰어들면 어떡해.
너는 가벼운 말투로 넋이 나간 채 주저앉아 있는 나를 향해 말한다. 나는 네가 두 손으로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내는 것을 지켜본다.
잠깐, 어디 갔지?
나는 황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저기 있네.
너는 손을 뻗어 먼 호수 위를 가리킨다. 수면 위로 뜨거운 햇살이 반짝이고 있다.
저기 있으니까 더 잘 어울려.
너의 작은 새는 넘실거리는 물결을 따라 서서히 멀어지고 있다. 바람이 살포시 불어올 때마다 살아있는 것처럼 흔들거린다.
옷을 말려야 할 것 같지?
너는 호숫가의 커다란 나무 근처로 걸어간다. 네가 물에 젖은 셔츠를 벗으려 한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인다. 흠뻑 젖어 무거워진 나의 옷도 자꾸만 피부에 달라붙는다. 나는 몸을 웅크린다. 옷소매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나는 조금씩 불어나는 물웅덩이를 지켜본다.
실은 난 고개를 들어 너를 보고 싶은데. 그렇지만 초라한 나의 맨몸을 너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다. 이상한 기분이다. 옷의 무게가 나를 땅으로 짓누른다.
네가 사슴처럼 가볍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나에게 온다. 너는 웅크리고 앉은 내 앞에 다가와 선다. 네가 몸을 낮추어 가만히 나를 들여다본다. 너의 피부결은 햇빛을 머금어 부드럽게 빛나고 있다. 산등성이처럼 굴곡진 어깨와 기다란 팔. 쇄골은 계집애의 것처럼 가느다랗다.
물에 흠뻑 젖어 앞으로 쏟아져 내린 내 머리카락을 네가 장난스럽게 쓸어 넘긴다. 네 손짓은 내 고개를 살며시 들어 올린다. 너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차분히 나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눈, 코, 입을 찬찬히 훑어 내려가는 네 눈빛이 정성스럽다. 너의 시선이 나의 눈썹 위에 머문다. 사뭇 진지해진 너의 표정에 나는 조금 놀란다.
내 흉터를 보고 있는 건가.
나는 급하게 고개를 숙여 이마를 쓸어본다. 손에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는다. 너는 아무런 말이 없다. 너의 검은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쳐 보이는 것도 같다. 너는 슬픈 눈을 하고 있다. 네가 본 것은 나의 흉터가 아니다. 네가 본 것은 나의 슬픔이다.
너는 금세 환한 미소를 짓더니, 장난스레 내 머리카락을 도로 헝클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