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재
뜨거운 태양이 머리 위로 내리쬔다. 느리게 부는 바람이 무겁다.
그렇게 웅크리고 있으면 몸이 마르지 않을 텐데.
너는 젖은 바지를 입은 채로 잔디밭에 드러누우며 말한다.
이마와 등에 흐르는 것이 땀인지, 호수에서 젖은 물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나는 네 곁으로 가 앉는다. 한 손을 잔디밭에 짚자, 손가락 끝으로 부드러운 생기가 느껴진다. 푹신한 잔디 위로 몸을 기울인다. 머리카락이 풀잎에 닿자 향긋한 풋내가 코끝을 스친다. 나는 양팔을 옆으로 펼쳐 누우며 크게 숨을 들이쉰다.
너는 팔을 머리 뒤로 받치고 편안하게 누워서 휘파람을 불고 있다. 그 소리를 따라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한다. 무성한 이파리 사이로 작게 들려오는 재잘거림을 듣는다. 커다란 나무 위에 숨어있나 보다. 이따금씩 가지가 흔들리기만 할 뿐 지저귀는 작은 것들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는다.
새들은 저 가지 위에 둥지를 틀고 나무의 열매를 따 먹으며 살고 있겠지. 풍성히 돋아난 잎사귀가 제 작은 날개들을 숨겨 준다는 걸 알고 있겠지. 든든한 나무를 은신처로 삼았으니 저렇게 당당하게 노래할 수 있는가 보다.
나무는 그저 바람이 데려다 놓은 곳에 살아 있을 뿐인데. 나무의 시간은 새들에게 소중한 집이 되어 있다. 나무가 먼 미래의 새들을 생각하며 세월을 견딘 것은 아니었을 텐데.
이곳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그러하다. 나무도, 풀도, 꽃도 자신이 왜 여기에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래서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그 속은 고요하다.
나도 그래도 되는 걸까. 내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모른 채로 있어도 되는 걸까. 나도 저 나무처럼 잔잔히 살아있어도 되는 걸까. 너에게 묻고 싶다. 나도 이 풍경에 속해도 될지, 이곳에 작은 한 점으로 속해도 될지.
그런데 너는 내가 곧 시들어 버릴 들꽃 한 송이처럼 사소해도 나를 기억해 줄까.
하늘이 선명한 푸르름으로 가득 차 있다. 모든 빛깔을 다 집어삼킨 듯한 파랑이다. 너의 휘파람 소리가 공기 중으로 가늘게 뻗어 나간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살포시 나를 밀어낸다. 나를 딛고 선 하늘은 바라볼수록 더 멀고 더 높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