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재
하늘을 향해 눕는다. 딱딱한 바위에 등을 대자 서늘한 암석의 기운이 온몸에 스며든다. 눈앞에 펼쳐진 밤하늘이 너무도 광활해서 등허리로 느껴지는 안정감에도 불구하고 붙잡을 것 없이 허공에 떠 있는 기분이다.
발밑으로 태양이 모습을 감춘다. 하늘에 일렁이던 빛깔이 서서히 사그라든다. 칠흑 같은 어둠이 몰려온다. 머리 꼭대기부터 유리 조각이 흩뿌려지듯이 작은 별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저기 은하수 보여?
날이 어두워질수록 하얗고 흐릿한 것이 하늘 위로 길게 뻗어 간다.
그렇네, 구름인 줄 알았어.
내 말에 너는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 뭉게구름 같지?
응, 연기 같기도 하고.
너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내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번진다. 자잘한 빛이 하늘을 뒤덮는다. 하늘은 넓고 별은 많아 눈에 다 담을 수가 없다.
천천히 잘 봐. 별들은 각자 다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
나는 유독 눈에 띄는 몇몇 별들을 따라 움직이던 시선을 멈춘다. 왼편의 큰 별 하나가 눈을 뗄 수 없이 밝게 빛나고 있다.
정말 예쁘지.
별 하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네가 묻는다.
예뻐.
나는 조용히 답한다.
그런데 있잖아,
응.
저 별은 크고, 저기 저 별은 작아.
그렇지.
큰 별들은 더 큰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저렇게 밝게 빛나는 걸까?
나는 소리 없는 너의 미소를 느낀다.
큰 이야기를 가진 걸 수도 있고, 더 가까이 있는 걸 수도 있고. 원래 가까운 이야기는 더 크게 들리니까.
별들의 이야기를 다 듣기 전에 날이 밝아 올까 봐 조바심이 난다.
그럼 너무 작아서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별이 실은 엄청 커다란 별이었으면 어떡해?
너는 질문을 곱씹듯 잠시 침묵하다 다시 입을 연다.
거기까지가 우리의 몫인 거지. 쏟아지는 별들을 다 눈에 담을 수는 없지만, 매일 밤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거야. 어떤 날은 별 하나와 눈을 맞추고, 또 어떤 날은 내가 사랑했던 그 별이 무수한 반짝임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거야.
눈앞에 은하수가 흐르는데도 자꾸만 내 왼편에 누운 너에게로 시선이 향하는 것은 너의 잔잔한 말투 때문이었을까.
너는 저 별들과 눈을 맞추고 있구나. 네가 저 반짝이는 것들을 바라보듯이 나와도 눈을 맞추어 준다면, 너는 저 밤하늘의 별처럼 나를 사랑해 줄까. 무수한 반짝임 중 하나에 불과해도 좋아. 나도 오래도록 너와 눈을 맞추고 싶어.
너와 눈을 마주 보면 그 순간 지면에 깔린 어둠이 나의 모습을 감추어 줄까. 흉하게 패인 볼과 앙상해진 팔다리, 병들어가는 이 육신을.
설령 어둠이 나를 숨겨 준다 해도, 나는 별이 아니야. 자신만의 온도로 타오를 수 있는 별이 아니야. 깊은 곳에 묻어둔 말을 내뱉는 법을 잊은 지가 오래야. 반짝이지 못한 나의 이야기는 가슴속에서 썩어 문드러지고 있어.
수명을 다해 타들어간 별은 몇 광년의 진공을 넘어서도 빛나는 영롱한 광채를 남기지만, 나는 같은 곳에서 아무런 파장도 남기지 못한 채 한 줌의 모래가 되고 말 거야.
아니, 내가 가진 건 이미 모래 한 줌인지도 몰라. 내게 남은 이 한 줌의 가루에 불을 붙여서라도, 나는 사랑받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