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24

소설 연재

by 바달


마른 낙엽이 발밑에서 사각인다. 파리한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든 노란 햇살이 바람을 따라 살랑거린다. 건조한 공기에 바싹 말라버린 노을이 저 하늘에서 흐드러지게 쏟아져 내려 나뭇가지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든 것만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온 세상이 이런 노란 빛깔로 물들 수가 있을까.


잡았다.


너는 단풍잎 같은 손을 뻗어, 포물선을 그리며 표표히 떨어져 내리던 커다란 낙엽을 잡아챈다.


자, 이거 받아.


네가 싱긋거리며 내 손에 낙엽을 쥐여 준다. 산뜻한 너의 살결과 까슬까슬한 이파리가 동시에 와닿는다. 스쳐 간 너의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대신 낙엽을 살포시 들어 올려 코끝에 비빈다. 살아있는 것과 사라지는 것의 경계에서 왜 이렇게 기분 좋게 씁쓸한 향기가 나는 걸까.


너의 손에 코를 대고 비비면 거기서도 가을 같은 냄새가 묻어날까를 나는 궁금해하고 있다.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감나무가 있어.


너의 목소리는 가을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신 듯 청량하다.


네가 키우는 나무야?


오랫동안 지켜보았지.


이젠 열매가 다 익었겠네.


아직은 아니야.


그래?


나는 모든 것이 무르익은 계절에 홀로 어린 나무를 상상한다. 너의 입가에 걸린 것이 애정인지 슬픔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그 작은 나무 앞에 나를 언제쯤 데려가 주려는지 묻지 않는다. 너의 잔잔한 생각에 나를 내어 맡기고 싶은 것도 같고, 섣불리 끼어들기가 겁이 나는 것도 같다.

손에 쥔 낙엽이 자꾸만 바스러진다. 흙이 되고 자양분이 될 이파리는 부서지면서도 슬프지가 않다.

계절의 끝에서 사각이는 가벼움에 나의 몸을 내던지고 싶다. 부서지면서도 슬프지 않은 이 계절 사이로 몸을 감추어 오래도록 은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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