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재
양손 가득 쓰레기를 들고 나갔다가, 불과 십 분도 지나지 않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마를 향해 소리치고 싶어질 때가 있었다. 딸이 질식해 죽어가는 꼴을 보고 싶으냐고, 고통 속에 자신을 방치했다는 분노로 핏대가 설 때마다, 설이는 그 걷잡을 수 없는 충동에 스스로 놀라곤 했다.
그때 즈음부터였다. 자신의 육신에 기생하는 어떤 존재를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
평소엔 죽은 듯 잠잠하던 그것은, 목 깊숙이 가래가 들끓어오를 때마다 불현듯 솟구쳤다. 가래를 뱉지도 삼키지도 못한 채 숨이 막히는 갑갑함에 허덕일 때, 그것은 앙상한 몸을 사납게 몸부림치게 했다.
끈질긴 생명력. 숙주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기에, 숙주를 갉아먹으면서도 결코 죽게 내버려 두지 않는 기생충처럼, 그것은 심장 가장 깊은 곳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죽음만을 위로 삼던 매일 밤이 무안할 지경이었다.
“환자분, 혈액 검사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게 나왔거든요. “
의사는 컴퓨터 화면 속 수치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며 말했다.
”호흡 근육이 약해지면서 깊은숨을 내뱉을 수 없게 되면, 몸에 이산화탄소가 쌓여요.”
설이는 의사의 듬성듬성한 회색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환자 하나를 잃을 때마다 머리카락 한 올을 잃고, 그 대신 심장에 태연함 한 가닥을 심었을 것 같은 얼굴이었다.
“집에서도 쓰실 수 있도록 얼굴에 마스크처럼 착용하는 인공호흡기를 처방해 드릴 겁니다. 호흡기 치료받아보신 거 기억하시죠? 지금 충분히 뱉어내지 못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거니까요, 자발호흡이 약해지는 밤에, 잘 때 착용하세요.”
“네, 선생님. 그리고요, 애가 요즘 들어 가래 때문에 엄청 힘들어하고 있어요.”
“가래가 많이 끼나요?”
“네, 흡인기로 침도 한 번씩 제거해 주는데, 가끔 보면 숨쉬기도 힘들어하고, 확실히 전보다 심해진 것 같아요.”
“기침유발기라고, 가래 배출을 돕는 기기가 있어요. 그거랑 가래를 좀 더 묽게 해주는 약을 같이 처방해 드릴게요. 그리고 석션기 압력은 너무 높이지 마세요. 점막에 손상이 갈 수 있으니까요.”
“네, 안 그래도 입 안이 다 헐어서...”
“그리고요, 어머님,”
의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보다시피 호흡 근육도 많이 약해진 상태고요,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기관지 깊숙이 이물질이 쌓여서 폐렴 위험도 커질 수 있어요. 지금은 비침습적인 보조 장치들을 최대한 활용하지만, 곧 이 장치로는 충분치 않게 될 거예요.”
엄마는 숨을 멈춘 듯 조용히 의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관 절개술이라는 게 있어요.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목에 작은 구멍을 내어 인공호흡기를 직접 연결하는 시술이에요. 환자분이 더 편안히 호흡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도에 낀 이물질도 더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기관 절개술. 병실에서 보았던, 목에 구멍을 뚫어 관을 연결한 루게릭 환자들. 다른 모든 것은 잃어도 좋으니, 마지막 순간까지 호흡만은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물론 신중히 결정하셔야 할 문제입니다. 기관 절개술을 하고 나면 말 그대로 24시간 간병이 필요하게 되거든요. 그렇지만 여러 상황을 대비해 미리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집에 오는 길 내내 엄마는 운전대를 붙잡고 아랫입술을 꽉 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는 설이를 침대에 눕히고, 휠체어와 위루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허리디스크 시술을 받고도 회복할 시간을 가지지 못해서인지, 허리를 제대로 숙이지 못한 채 어정쩡한 자세였다.
“아… 하애…”
“응? 뭐라고?”
“아… 하…래…”
“안 한다고, 뭐를?”
설이는 가만히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까 들었던 거 말이야? 기관 절개인가 뭔가 그거?”
엄마가 다시 물었다. 떨리려는 것을 붙잡으려다가 약간 날이 서버린 목소리였다.
설이는 천천히 두 눈을 깜빡였다.
엄마는 대답 없이 다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어어!”
설이는 거친 소리를 뱉어냈다. 그러나 엄마는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저녁 5시가 되자, 엄마는 위루관을 통해 유동식을 넣어주며 입을 열었다.
“설아, 일단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처방받아온 거 열심히 해보자. 오늘 밤에 저 인공호흡기 차고 한 번 자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