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사는 방법을 잊을 만큼 열심이 당연하게 적용되어 살아간 적이 있었다.
열심히 한 성과들은 당장 내 눈앞에 나열되었고 하나만 더 하면 세 개가 뒤따르는 듯해 “두 개를 해야지.”가 이미 기저에 놓였었다.
내세우는 것이 오만한 것임을 알았기에 외압으로 억지로 눌렀지만 자부심이 새어 나와 구름 위를 떠다녔다.
음식은 그저 한끼 저렴하게 먹어도 아쉬움 없이 만족해 그날그날 저녁 메뉴는 늘상 유사하거나 약속과 함께한 소주뿐이었다. 삶을 바라보고 대하는 나의 태도는 이처럼 지속되리라 믿었다.
생각에 균열이 찾아왔다. 직업을 바꾸어야만 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을 곁에서 책임지며 나아가야 했다. 오랜 연애는 결실을 향했고 더욱이 지쳐서는 안됐다. 그렇게 믿어 오던 신념들이 종이 끝처럼 한둘 떨어져 변질되고 구겨지고 말랐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가족애가 생기고 책임감이 늘어나 각종 욕망을 거세하고 항상성을 가급적 유지했다.
그리고 식탁 위 메뉴가 다양해졌다.
“저녁 메뉴를 미리 정하세요?”라고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 “보통 그렇지 않나?”라며 확신이 없이 대답하며 주변 분위기를 살폈고 나를 제외한 이들은 내 말에 크나큰 동의가 없어 보였다.
“이런, 저녁 자리는 전부인데.”
내 생각은 그네들에게 다가가지 않아.
내게 남은 찰나는 아내의 음식을 기반한 대화들과 식당의 분위기, 혀가 느끼고 기억이 맞추는 음식 맛이 전부다. 명확하고 명징하고 뚜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