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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온뒤 Nov 15. 2020

좋아하는 마카롱 가게가

 좋아하는 마카롱 가게가 있다. 카페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는 그런 가게다. 사장님이 온종일 마카롱과 케이크를 굽고 손님들이 오가는 정겨운 가게.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인테리어가 내 마음에 쏙 들었고 나를 마카롱의 세계로 이끌었던 가게다.


 혼자 카페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 음료의 가격도 너무 높지 않아서, 별다방의 음료 한잔 가격이면 마카롱 하나와 커피를 즐길 수 있었다. 과하지 않은 필링이 들어간 마카롱은 내가 처음 혼자 쓴 책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맛있었고 부담 없었다. 언제나 휴일이 되면 그곳을 찾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 달에 두세 번이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었다. 이번에는 어느 메뉴를 먹어볼까, 누구를 데려갈까 고민도 많이 했었다. 바로 앞에 공원이 있어서 시야는 트여있고 큰길 건너 건물이 밝아 야경을 보는 기분을 주기도 했다.


 이 곳을 정기적이다 싶을 정도로 찾은 것은 이년 정도. 얼마 전 인스타에 공지가 올라왔다. 아이를 위해, 지친 자신을 위해 가게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인수를 할 분도 계시다고. 믿을 수 없는 소식이었다.


 좋은 사람과 좋은 가게들은 왜 그렇게 빨리 사라지는지. 늘 내가 마음을 준 곳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거나 먼 곳으로 옮겨가고는 했다. 이곳도 그럴까. 상냥하던 사장님을 다시 뵐 수 없는 걸까. 내 마카롱 입맛은 이분께 길들여진 지 오래인데. 그런 생각을 했다.


아직 못 먹어본 메뉴도 너무 많아서 가는 길이 설레었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인 치즈 케이크와 얼그레이 스콘을 굽고 난 후에는 가는 일이 더 잦아졌다. 사장님의 스콘은 영국에서 큰 인심으로 먹던 그 시절의 생각이 났다.


 일에 바빠 가지 못하다가 가게 마지막 날 겨우 자리를 잡았다. 사장님은 단골손님들을 위해서 일일이 작업대 밖으로 나와 인사를 나누어 주었다. 상냥한 사장님 만큼이나 상냥한 손님들이 많았다. 제각기 마카롱과 케이크를 한가득 들고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나는 아직 이별에 익숙하지 않다. 누군가 내 곁을 떠나는 일이 언제나 어렵다. 언제나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그런 가게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막막했다. 이제 또 좋아하는 가게를 찾아 나서야 한다. 집에서 산책할 수 있을 만한 적절한 거리에 너무 외지지 않고 내 취향의 차와 디저트가 많은 가게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손님들이 모두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가끔은 특별 메뉴도 나오지만 금방 품절되어 안달 나게 하는 그런 곳이었다.

 

 아마 지금 열심히 손님의 주문을 처리하는 사장님은 이곳에서 글을 쓰거나 스페인어를 공부했던, 대부분 혼자 오던 손님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곳에는 나 말고도 매상을 올려주고 친구들과 같이 오는 단골손님들이 훨씬 많을 테니까. 소심한 스토커처럼 사장님이 만드는 메뉴가 뭔지 탐방하고 심지어는 책에 싣기까지 하는(물론 허락은 받았지만!!)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순수한 마음인데 적어놓고 보니 조금, 찝찝할지도.


차라리 사장님이 나를 아예 몰랐으면 좋겠다. 당근케이크 개시일에 오자마자 진상처럼 케이크를 찾고, 없다는 소식에 아쉬워하며 마음을 쓰이게 만들었던 손님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저 늘 아이와 함께하지 못하는 모습에 아쉬워하셨으니 즐겁게 휴식기를 가지다가 다시 이 동네 어딘가로 돌아와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오늘 주문한 메뉴는 벼르고 벼르던 치즈케이크와 스콘.


홍차는 늘 먹던 딸기향이 나는 맑은 찻잎으로.


마지막 날이니만큼, 그의 마카롱을 언제 다시 접할 수 있을지 모르는 만큼 마카롱은 잔뜩.

나무 진열대에 남아있는 브라우니를 하나 더 가져갈까, 작은 여름딸기가 올라가 있는 초코 컵케이크가 좋을까 고민하면서 그가 보지 않을 글로나마 마지막 영업일을 축하하고 있다.


감사했어요 사장님.

언젠가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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