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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온뒤 Jan 21. 2021

어느 섬의 도서관

책읽는 참새의 방앗간

내가 좋아하는 도서관이 있다. 일 특성상 여러 도서관을 만난다. 작고 작은 도서관도, 회사의 도서관도 만난다. 지금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도서관은 특히, 내 마음에 쏙 든 정든 도서관이다. 꽤 큰 섬에 위치한 이 도서관은 우선 이용객에 비해서 프로그램의 질이 정말 좋다. 거주민의 연령층이 낮은 편이고, 신도시라 사람들의 수준도 비슷하고, 책을 이용하는 매너도 좋다. 이 섬에 도시가 생겼을 때부터라면 20년을 넘지 않은 역사인데, 그것을 감안하고서라도 도서관의 프로그램이나 관장님의 도서관을 이끌어가는 마인드가 정말 멋지다.


 최근에는 그 도서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여럿 참가하게 되었다.


 코로나 시국에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은 것도 어쩌면 도서관이었을 것이다. 이용객이 있어야 모든 문화행사가 성립되는데. 이 도서관의 사서들은 유튜브와 인스타 시대에 걸맞게 금방 새로운 소통방법을 생각해 냈다.


 사서들의 연령대가 나와 비슷해서 그럴까? 유독 이 도서관에서 하는 행사는 내 마음을 잡아 끄는 것이 많다. 밤낮, 평일 주말이 없는 내 근무의 특성상 자주 참여할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는 늘 응원을 하게 된다. 프로그램의 연령층도 다양하다. 이곳에 자주 오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고고한 두루미처럼 우아하다. 책을 자주 접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놀란 것 중 한 가지는 책을 2층과 3층, 장서실이 아닌 엘리베이터 앞 로비에 진열해 둔다는 것이다. 그 달의 사서들의 선택인데 내 취향일 때가 정말 많다. 5권밖에 빌리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가끔 내가 읽은 책을 진열해 둘 때면 괜히 뿌듯해지기도 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도서관도 반짝반짝 조명들이 가득 찬다. 작년에는 커다란 책 트리를 만들어 두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코로나 시국이라 로비에 발열과 출입 확인을 하는 분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다만 왼쪽과 오른쪽 한편에 작은 책 무리가 모여있었다.


 아쉬운 점도 없잖아 있다. 공간이 조금 부족해서, 학교가 인근에 많은데도 불구하고 열람실이 많지 않은 것이다. 사실 대도시 도서관도 아니니 한계가 있기는 하겠지만, 학생들이 수업 일정에 따라 열람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는 조금 안쓰럽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서관은 내가 가본 도서관 중에 내 취향의 장서가 가득하고, 내 취향의 신간이 가득 들어와서 본의 아니게 내 책 지출을 줄여준 곳이다. 언제까지나 멋진 사서님들과 멋진 이용자들이 가득한 도서관이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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