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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온뒤 Feb 11. 2021

오늘이 행복했어

있잖아 오늘은 조금 슬픈 날이야.

왜인지는 묻지 말아 줄래,

속으로만 삭이고 싶은 일이거든.

하지만 위로가 받고 싶어서 문득 그냥 사진첩을 펼쳐서 행복하고 좋은 일들을 열심히 찾아보았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저녁 내내 그렇게

예쁜 것들, 귀한 것들만 보았지.

풀리지 않을 것을 알기에 한 발짝 걸음을 뒤로 물리고 싶어서.

걱정과 고민이 한데 뭉쳐져서 거대한 먼지 덩어리가 가슴에 쌓였어.

삶이 녹록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고 말이야.


그래도 행복했어.

납작하게 구름에 가려진 노을이 흰색을 조금 섞은 주홍빛이었고,

비가 조금 내렸던 아스팔트 바닥도 가로등 빛에 물들어서 온 세상이 노을이었어.

너와 짧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너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고

실망과 아픔 사이에서도 우리는 위로와 희망을 이야기했고.

삶은 고난의 연속이라며 조금 늦게 살아가는 것뿐이라며

평소보다 조금 더 맛있는 저녁과 맥주 한 캔의 알코올로 색을 덧칠했지.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아서 눈을 감는 그 순간에 행복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생을 살고 싶어

조금의 아쉬움 하고 꽤 많은 뿌듯함을 가지고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그런 생 말이야.

그래서 오늘이 행복하기를 바랐어.

다행이야.


오늘이 행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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