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이 산만하다. 하나를 꾸준히 하지 못한다.
다양한 일에 관심이 많던 대학생 시절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에게 내린 판단이었다. 10년도 넘게 세월이 지나 팔방미인이 우대받는 시대라고는 해도 사람들은 한 가지를 열심히 하기를 꿈꾼다. 그런 세상에서 늘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고 배우는 나는 그저 인내심의 줄이 짧은 사람으로 평가될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알고 싶었던 호기심은 아주 오래전 과학자와 연금술사의 소양이었다고 한다. 어설프게나마 과학자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나 또한 그렇다. 21세기는 만들고자 하면 무엇이든 만들어 볼 재료가 한가득 있는 세상. 돈과 시간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지 않은가.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면 그 모든 것을 사면 될 일이지만 돈이 있어도 내게 '만들어 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취미가 많다. 본업으로 할 만큼 열정적이지는 못하고, 그럼에도 그것을 즐기고 싶어서 한번 배울 때 깊이 빠져들어 배우게 된다. 현생이 혐생이라 잊히다가도 시간이 나면 자연스럽게 내가 했던 것들을 생활에 접목시키고 있다. 아직도 소개할 나의 취미는 잔뜩 있다. 다른 사람의 취미를 보며 감명을 받기도 하고, 만약 내 인생이 180도 달라진다면 어떤 것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기도 한다.
취미의 좋은 점은 분명하다.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새로운 취미에 발을 들이면 회사와 가족, 친구들 간의 관계를 떠나 전혀 다른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어떤 취미든 마찬가지다. 글을 쓰는 것이 내게는 그랬고, 책을 읽는 것이 그랬다. 요즈음은 또 신기한 금손들이 많은 세상에 살고 있으니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기질은 은근히 비슷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통하는 점도 많이 느낀다. 특히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면 이 사람들만 모여도 마을 하나가 자급자족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기분도 든다.
하루하루가 꽉 차서 바쁜 일상이 생긴다. 일부러 돈과 시간을 들여 배운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내게 지금 당장 도움이 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언젠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취미가 없어 방황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일단 '시작하라'는 말부터 먼저 한다.
모든 취미의 기본은 손이든 발이든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