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 경영대학원 '마지막 강의 시리즈(2024)'를 듣고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YouTube 채널을 구독하면서 좋은 강의를 많이 접한다. 이번에는 2024년 졸업식 주간에 진행된 *마지막 강의(Last Lecture Series)를 도강(?)했다.
강의 제목은 그레이엄 위버(Graham Weaver, 이하 위버)의 <How to Live your life at Full Power>. 날씨도 무덥고, 일하랴, 육아하랴 지쳐가는 요즘 '인생을 풀 파워로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제목에 끌릴 수밖에 없었다.
그게 가능한지 두고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강의인데 10분이 지나고 결국 메모장을 펼쳤다. 오늘은 이 강의 내용에 내 생각을 덧붙여 정리해보려고 한다.
위버는 가장 먼저, 'Second Voice'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Second Voice'는 진짜 자아의 목소리다. 이는 나의 직관(Intuition), 영혼(Soul)과도 연결된 개념이다. 그는 이것이 곧, 진정한 '나'의 모습이며, 두 번째 목소리를 따라가는 것이 인생을 풀 파워로 살아가기 위한 'Key'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아래 3가지의 약속을 지킬 것을 권한다.
여기서 '못'은 우리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안 좋은 습관 (Bad habits)
잘 풀리지 않은 과거의 경험 (Unsolved past experience): 징크스, 실패 경험
규칙과 가정 (Rules & Assumptions): ex. 부모님이 원하는 것, 남들이 좋다는 것
실패에 대한 두려움 (Fear of Failure)
이외에도 스스로를 주저하게 만들거나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하는 것들을 '못'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약속은 이러한 '못'을 뽑아내라는 것이다. 온전히 에너지를 발산하려면 나를 가두고 있는 프레임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못'을 제거하려면 스스로에게 진실해야 한다. 진실하다는 것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어떤 사람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는 이 사람에게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몇 시에 잠자리에 드는지 문진 했다. 그러고 나서 불면증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잠들기 1시간 전에 와인을 4-5잔을 마시는 걸 그만두세요. 그럼 불면증에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자 이 사람은 이게 무슨 해결책이냐며 의사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다른 의사 넷을 더 찾아가 수면제를 잔뜩 받아왔다. 결국 수면제에 의존하고, 밤늦게 외출하기 어려운 삶을 산다. 낮잠이 필요하고 항상 피곤하다.
머릿속에 박힌 '못'을 뽑지 않고, 오히려 '못'을 보호하는 데 에너지를 쓴 전형적인 사례다.
머릿속에 박힌 '못'을 빼내려고 할 때 처음에는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거나 힘들 수 있다. 변화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담배를 끊고 며칠 동안은 일상생활이 꽤 힘들다.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잠이 잘 안 온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건강과 수면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과정은 항상 처음이 가장 힘들다. 그러다 서서히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 머리에 박힌 '못'이 무엇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그 ‘못'을 확실하게 제거해야 한다.
두 번째 약속은 '당신의 에너지를 따라가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여기서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일'은 지금 침대에서 뛰쳐나와하고 싶을 정도로 극도로 흥미진진한(Super excited) 일을 말한다. 어떤 일을 할 때 스파크가 튈 정도로 가슴이 뛰고 흥미로운가?
위버는 에너지를 주는 일을 찾는 방법으로 '9 Lives'를 제안한다. 요약하면 이렇다.
1. 내가 살고 싶은 9가지의 삶을 상상한다.
2. 이때 1번 삶은 '현재의 삶'이다.
3. 나머지 8가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살고 싶은 삶'을 적는다. 단, 오늘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고,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한 일이어야 한다. (이 8가지가 바로 에너지를 주는 일이다.)
4. 1번 삶(현재의 삶)에 다른 8개의 삶의 일부 요소를 조금씩 끌어들인다.
9 Lives를 나에게 적용하면 이렇다.
1. (현재) 'IT 회사에서 사업기획하는 직장인'
2. 스타트업 대표
3. 작가
4. 원 없이 책 읽기
5. 원 없이 운동하기
6. 더 이상은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 1번. 현재의 삶에 다른 삶의 일부를 끌어들이자. 예를 들면, 직접 앱을 만들어 마켓에 올려보는 것,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 정도가 될 수 있겠다. 즉, 2번과 3번 삶을 1번 삶에 아주 조금 끌어들이는 시도다. 이렇게 1번 삶에 에너지 연료를 주입하는 것이다. 100살까지 산다고 하면서 꾸준히 시도하면 8개 중에 몇 개는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위버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위 9개의 삶 중에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보라고 권한다. 이를 통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말이다.
인생을 살면서 빠지기 쉬운 함정은 애매하게 여기저기 다리를 걸쳐 놓는 것이다.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Until one is committed, there is hesitancy, the chance to draw back, always ineffectiveness." (무언가에 전념하기 전까지는 망설이게 마련이고, 되돌릴 기회가 있다는 것은 항상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위버는 "지금 당장 올인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다음에, 준비가 되면, 언젠가는, 대출을 다 갚으면, 결혼하고 나면, 아이가 크면, 은퇴하면"과 같이 모든 것이 준비되었을 때 시작할 거라는 마음가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러한 태도는 결국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고, 내가 원하는 삶에서 멀어진다.
앞뒤 재지 않고 올인하는 것. 즉, 몰두와 전념은 목표에 더 빠르게 다가서게 한다. 그리고 무언가에 전력을 다하면 내면의 '두려움'은 나의 '에너지'에 묻힌다.
위버의 표현을 빌리면 '에너지'는 의지, 인내심, 화석 연료처럼 고갈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감정과 비슷하다. 사랑이 그렇듯 에너지를 많이 품을수록, 많이 투입할수록 나중에 더 많이 돌려받는다.
인생을 풀 파워로 사는 방법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나를 가로막는 장애물, 프레임, 한계, 규칙, 관습, 습관에서 벗어나기
무언가를 할 때, 오히려 에너지를 받는 일을 찾기
그 일을 지금 바로 시작하고, 올인하기
위버는 이 3가지 방법을 통해 내면의 목소리, 즉 진정한 자아의 목소리(Second Voice)를 따라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 목소리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하는지 알려준다고 덧붙인다.
아직도 갈팡질팡하고, 이도 저도 아니게 살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던 차에 이 강의는 정말 가뭄에 단비였다. "지금 바로 올인하라"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무언가에 올인하면 오히려 에너지를 돌려받는다"는 말도 그렇고.
이 글을 읽는 분은 이 강의 원본을 꼭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