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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라이언 Jan 26. 2024

내가 너보다 낫다는 마음가짐을 경계해야

불통(不通)을 막는 소통의 기술

며칠 전, 회사 후배와 특정 업무를 함께해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각자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보고, 미팅하면서 하나로 합치자"라고 했죠. 이후, 미팅에서는 서로의 체크리스트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당연히 각자 생각이 달랐고 하나의 체크리스트로 모으려고 해도 의견이 좁혀지질 않았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어낸 것을 누군가 이래라저래라 하면 마음 한편에 반감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그래서 서로를 설득하고 절충안을 만들기 위해 꽤나 애를 썼습니다. 결국에는 제가 하나로 합치고 체크리스트를 완성했고요.


업무가 깔끔하게 매듭지어지지 않은 느낌이 들어 집에 돌아와 회사에서의 일을 다시 돌이켜봤습니다. 상황을 객관화해 보니 제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숨어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업무 경험도 많고, 일 머리도 좀 더 낫지 않겠어? 내 체크리스트가 정답에 가까워."라는 안일하고도 소름 돋는 생각이요.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목격되는 빌런이 있습니다. 언제나 '답정너'인 팀장님. 듣는 척하다가 결정은 본인 맘대로 하는 대표님과 같은 유형이요. "그럼 회의는 왜 한 거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빌런들의 마음속에는 분명 '내가 너네들 보다 더 낫다. 능력치가 높다. 직관이 뛰어나다. 경험이 많다'와 같은 생각이 자리 잡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맞습니다. 슬프지만 저도 빌런이었습니다. 나름대로는 후배의 의견을 반영한 절충안이었지만 그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는 일이죠. 속으로 "이럴 거면 왜 각자 체크리스트를 작성하자고 한 거야?"라고 했을지도요. 후배에게 저는 '답정너' 선배이자 물리쳐야 할 악당 역할일지도 모릅니다.


위와 같은 상황을 더 일반화하면 '내가 더 낫다'는 생각은 상대를 나와 동등하게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무언가(능력, 권한, 돈, 경험 등)를 더 많이 갖고 있거나 혹은 그렇다고 착각하면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갑'과 '을' 또는 '상하'의 관계로 만들어버리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을' 또는 '하'의 위치에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점점 힘이 빠지고, 입을 닫게 될 겁니다. '불통(不通)'의 시작인 거죠.


여기서 누군가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나는 역량이 뛰어난 편이다. 그게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다. 결과를 봐도 내 결정이 대부분 옳았다."라고요. 정말 그럴까요? 물론 지금까지는 그래왔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는 확신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모든 면에서 본인이 뛰어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 갈등이 있는 모든 곳에는 이러한 "내가 낫다. 내가 옳다"식의 사고가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으니까 당연히 불협화음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거죠. 회사에서도 정치판에서도 커뮤니티에서도 심지어 부부 사이에서도 모두 똑같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힘들게 합니다. 내가 더 낫고, 내 말이 정답이니까 다른 사람의 말을 안 듣는 겁니다. 그게 바로 '독불장군', '답정너', '내로남불'로 이어지는 거 아닐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내가 너보다 낫다' 또는 '내가 맞다'는 마음가짐과 태도는 수시로 경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차오르면 꾹 누르는 거죠. 말을 하는 비중을 줄이고 많이 들어야 하고요. (미팅 중에 내가 말하는 시간이 가장 길다 싶으면 더 유의해야 합니다.) 나만 전문가가 아니고 지금 앞에 앉은 저 사람도 전문가라는 인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감정이 아니라 정확한 논리와 데이터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건 기본이고요. 반박할 수 없다면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합니다.


정리하면, 소통을 잘하려면 'Good Listener'가 되어야 하고, 상대방을 나와 동등하게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네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왜 이렇게 길게 했나 싶기도 한데요. 하지만 적어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의 제 자신을 위해서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했던 것 같습니다. '꼰대'라는 말과 소통이 안된다는 말을 듣기는 정말 싫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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