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nberries - Zombie
좀비는 단지 식욕만을 가지고 이리저리 정처 없이 이동한다.
그 식욕이 존재의 힘이라 사지가 절단 나도 그 식욕은 멈추지 않는다.
모조리 먹어 치워도 멈추질 않는다. 다른 먹거리를 찾아 헤맬 뿐.
식욕은 머리가 부서져야 끝이 난다.
좀비는 전염성도 강하다.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가 된다.
그리고 좀비는 자기 자신이 좀비라는 걸 모른다.
점심시간 식당 TV에서 전투기가 미사일을 쏴대는 장면이 나왔다.
옆 테이블에서 밥 먹던 어떤 사내는 IS의 주축인 시아파들이 세계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아느냐며 앞에 사내에게 말했다. 그 사내는 IS에 대해 얼마나 아는 걸까?
회사에서는 어떤 선임이 실수한 직원에게 “IS로 보내 버린다”라는 농담을 했다. 그리고 그 농담을 들은 주위 사람들은 서로 화기애 하게 웃었다. 정말 웃겨서 웃는 것일까?
회사에서 관리직을 맡고 있는 사내가 말했다. 회사 경영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부분이 어디인 줄 아느냐? 바로 직원들 월급이다. 경영을 잘 하려면 월급을 잘 줄여야 한다고.
그런 당신도 월급을 받고 있지 않느냐고 말하려다 관두었다. 그 사내는 사장의 친척이다.
2016년 4월 13일 20대 총선에서 기독자유당 2.6% (624,513표)를 얻었다. 기독자유당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동성애 법제화 반대’ ‘이슬람 특혜 반대’ 반 기독 악법 저지’라고 크게 쓰여 있다. 624,513명의 사람들, 우리나라 투표인구의 2.6% 사람들은 그들의 생각에 찬성하는 걸까?
4월 14일의 점심시간. 내 앞의 동료 두 명은 기독자유당에 투표했노라 말했다. 다른 한 명은 그것이 웃기다는 듯 웃었고 서로들 같이 웃었다. 파시즘을 공부하고 싶어 졌다.
A씨의 말.
우리 회사 여직원들은 회사 다니기 편하지 않나? 성추행도 없고 회식도 없으니.
B씨의 말.
남자들은 물건값 깎고 하는 진상짓은 하지 않는다. 진상짓 하는 사람들 보면 다 여자다.
B씨는 두 딸의 아버지다.
내 머리 속에 좀비가 꿈틀댄다.
그 좀비는 단지 하나의 생각만을 가지고 이리저리 정처 없이 이동한다.
그 하나의 생각이 존재의 힘이라 다른 것은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머리가 부서져야 그 생각은 끝난다.
내 머리 속에 좀비는 전염성도 강하다.
자극적이고 쉽다.
그리고 좀비는 자기 자신이 좀비라는 걸 모른다.
In your head, in your head
Zombie, zombie, zombie
Cranberries - Zombie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