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의 시간 속에서 내가 다시 배우는 일상과 감사
벌써 세 번째 항암을 맞이할 시간이 다가왔다.
돌이켜보면 1차, 2차 항암도 큰 부작용 없이 무사히 지나왔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그리고 엄마의 정성 가득한 식단 덕분인지, 나는 여전히 놀랄 만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병원에서 교수님은 혈액 수치를 하나하나 살펴보시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셨다.
“지난번과 다름없이 모든 수치가 정상이에요. 바로 진행해도 되겠습니다.”
그 한마디가 어찌나 고맙고 든든했던지, 진료실을 나오며 나는 또 한 번 마음속 깊이 ‘감사’를 되뇌었다.
항암을 시작하고 두피에 염증이 올라왔을 때, 나는 기존에 쓰던 샴푸를 내려놓았다. 대신 아기들이 쓰는 순한 제품으로 바꾸었다. 샴푸, 비누, 폼클렌징, 바디 제품, 기초화장품까지… 내 일상은 언제부턴가 ‘순함’으로 채워졌다.
놀랍게도 두피 염증은 금세 가라앉았다. 몸은 언제나, 가장 정직하게 반응한다는 걸 그때 다시 배웠다.
이 소식을 들은 친구는 딸아이와 함께 쓰는 순한 제품들을 한가득 챙겨 보내주었다. 박스를 열어보는 순간, 마음이 먼저 울컥했다. 작은 물건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사랑이 담길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또 한 번 배운다.
머리카락은 대부분 빠졌지만, 아직 눈썹과 속눈썹은 남아 있다. 그래서 모자가발만 쓰면 제법 자연스럽다. 최근 요양병원 룸메이트 언니의 추천으로 저렴한 모자가발 하나를 장만했는데, 착용감까지 기대 이상이라 만족도는 200%.
긴 머리를 좋아하는 남편이 가장 흐뭇해한다는 건, 덤 같은 보너스다.
수술 부위도 많이 아물었다. 복원수술을 한 오른쪽 가슴은 겉으로 보기엔 거의 티가 나지 않는다. 성형외과 교수님께서 “뱃살이 조금 부족했다”고 웃으며 말씀하셨지만, 만져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다.
나는 복부자가조직 재건수술을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다. 오히려 너무 만족스럽다. 그 많던 뱃살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덕분에 언젠가 결혼 전 입던 타이트한 니트 원피스를 다시 꺼내 입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작은 기대도 생겼다.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는, 나만의 가장 큰 선물.
엄마의 정성 가득한 아침 샐러드 : )
삶은 달걀, 브로콜리, 고구마, 양배추, 오이, 당근, 파프리카, 단호박, 비트, 청국장콩, 바나나, 블루베리… 여기에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까지 더해진 한 그릇. 이 샐러드는 매일 아침, 빠짐없이 내 앞에 놓인다.
이 습관 덕분인지 변비 걱정도 없고, 피부는 오히려 더 맑아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엄마가 매일 같은 마음으로 차려주는 그 마음 덕분에 나는 아침마다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AC 항암은 울렁거림과 구토가 심하다고들 하지만, 지금까지는 감사하게도 잘 지내고 있다. 매 끼니를 든든히 챙겨 먹고, 내 몸과 마음을 돌보며 하루하루를 조심스럽게 쌓아가고 있다.
림프절을 15개나 제거했지만 다행히 부종은 거의 없다.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도 이제는 거뜬하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온 스트레칭의 선물이라고, 나는 조용히 믿는다.
유방암 치료라는 거대한 과정을 지나고 있지만, 나는 오히려 더 건강한 삶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고, 같은 상황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된다.
나는 건강한 습관을 배우고,
선택의 순간마다 내 마음을 지켜내며,
그렇게 오늘도 천천히 회복의 길을 걷고 있다.
나는 여전히, 충분하다.
그리고 당신도, 틀림없이 그렇다.
오늘도 제 이야기를 함께 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의 하루도, 충분히 빛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