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l한 기업이란 무엇인가

‘플랫폼의 시대’를 읽고 - 2016년 1월

by 도토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플랫폼이 대세가 된 이유는 플랫폼이라는 형태가 기존 형태보다 객관적으로 좋아서가 아니라, 시대가 변하여 더 이상 플랫폼의 형태가 아니고서는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쟁을 통한 승리, 그렇게 얻은 시장의 독식이라는 단순한 공식이 기업 생존의 규칙을 지배했었다. 기업들 간의 격한 경쟁이 끝난 직후인 2000년대 초반의 상황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그 무렵, 대부분의 산업에서 경쟁이 끝마무리 되고 각 부문별로 우리가 알만한 대표기업들이 자리 잡게 되었다. 한정된 파이를 향해 달려들어 싸우던 그들은 그 과정에서 성장하면서 결국 전체 파이를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 후다. 모든 시장을 잠식한 뒤에는 회사가 성장할 수 없었다. 한정된 파이 내에서 자신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그들은 파이를 모두 가진 상태에서는 더 이상 성장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많은 기업이 쓰러져 갔다.

플랫폼은 시장 판도를 뒤엎을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가진 가장 큰 능력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연결된 여러 경제 주체들과 상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고성장에 의지한 경제가 끝난 지금 이러한 방식의 등장은 필연적이며, 필수적이다.

하나의 현상이 진부해질 즈음 되면 등장하는 시대의 키워드라는 것들이 모두 그러하듯. 플랫폼이라는 개념 역시 한 두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회사 경영자의 절박한 상황이나 딱딱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그저 이 시대에 어울리는 cool한 회사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그게 더 플랫폼의 본질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 창업이 그렇게 열풍이라는데, 젊은 사람들에게 창업을 꿈꾸게 하는 회사들은 어떤 회사들일까. 청춘, 자유를 외치는 오늘날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풍부한 정부지원이나 취직이 어려운 현실만으로 이토록 창업에 관심을 보일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단 한 번도 삼성 같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IBM 같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엑슨 모빌 같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창업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토록 거대하고 대단한 회사들인데도 말이다. 젊은이들이 창업이라는 위험한 매력에 끌려버린 이유는 그것이 원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믿기 때문이며, 그러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몇몇 기업들이 크게 공헌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은 모두 젊은이들의 우상이자 굉장히 cool하다고 여겨지는 기업들이다. 우리는 플랫폼을 활용한 회사들의 어떤 면에 cool함을 느끼는 것일까. 나는 세련미와 자연스러움에 그 답이 있다고 본다.

디자인의 힘은 무시하기 어렵다. 컨설팅 회사 같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물리적인 것이던 아니던, 회사는 무언가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것, 특히 눈에 보이는 것을 제공하게 되기 마련이다. 눈으로 보이는 세련미는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큰 무기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을 두꺼운 케이스에 넣어 다니지만, 애플이 인기있는 이유 중 하나는 디자인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구글은 기본적으로 디자인에 있어 공학도의 냄새를 풍긴다는 편견이 있음에도, 그런 구글조차 최근에는 디자인에 한층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안드로이드 버전을 보면 구글의 가이드 디자인이 과거에 비해 한층 세련되어지고,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시스템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자연스러움 역시 디자인의 영역에 포함된다.

좋은 제품은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아도 사용법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시스템은 이용자가 쉽게 그 목적을 달성하게 해주어야 한다.

좋은 회사들은 모두 이런 기본 원칙에 입각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직관적인 디자인이라는 말과 함께, UI/UX가 디자이너들에게 큰 이슈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물리적 제품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나아가 추상적인 형태의 시스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cool한 회사는 자연스럽게 문턱을 낮추어 많은 사용자와 사업파트너를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들을 그 안에서 머무르게 만든다. 그렇게 그들이 생태계의 일부로 녹아드는 순간, 전체 생태계는 한층 그 몸집을 부풀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바로 플랫폼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cool한 회사를 지향한답시고 기존 플랫폼 회사들의 멋진 행보만 흉내 내다가는 망하기 십상이다. 책의 본문에서도 조언하듯, 어설픈 플랫폼은 기존 독점기업의 자본력으로 충분히 밀어내 버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은 저자의 조언대로 빠르게 몸집을(기업의 규모가 아니라 기업과 사업파트너, 사용자 그리고 각종 컨텐츠를 얼마나 확보하는지를 의미한다.-본문에서는 이러한 플랫폼의 구성요소를 한데 묶어 ‘플랭크’라고 지칭한다.) 부풀려 생태계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력을 이겨내고 시장에서 생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이 플랫폼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한번 자리 잡은 플랫폼은 단순한 자본력이나 기술력만으로는 밀어내기 어렵다.’는 매력적인 장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이란 단어가 주는 정적인 느낌처럼 한번 만들면 알아서 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존재가 아니다. 여러 주체가 묶인 생태계의 형태인 만큼 역동적인 현대의 시장구조에 맞추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야 말로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이다. 플랫폼을 형성하고 있는 기업은 보이지 않은 곳에서 끊임없이 이러한 유동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성장시대는 끝나고, 뉴 노멀이라 불리는 새로운 경제 질서가 제시되었다. 이제 더 이상 기업은 단순히 ‘순간의’ 이익을 창출하는 개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시장은 ‘지속가능한’ 모델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플랫폼이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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