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아들이면 혼내기라도 하지 (2)

30대 중반, 아빠, 외국인... 그리고 Bar Exam

by 유지니안

8월, 새로운 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이 정신없이 바쁠 때였다. 그날도 남편이 저녁 늦게 학교에서 돌아왔다. 가방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오늘 LLM에 다니는 한국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아무래도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점심식사를 함께하기엔 더 편하다고 했다. JD 학생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이고, 매번 영어로 소통하는 것도 남편에겐 생각보다 큰 에너지를 요구했다. 그래도 JD들과 종종 점심을 먹는 남편이 한편으로는 대견했다.

"근데 다들 Bar exam은 생각도 안 하더라. 15명 중에 준비하는 사람이 1명뿐이야."

식탁에 앉은 남편의 표정이 복잡했다. 여름 내내 고민하던 Bar exam 문제가 가을학기가 되어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사실 그럴 만했다. 대부분의 LLM 학생들은 이미 한국에서 변호사이거나 기업 법무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굳이 미국 변호사 자격증이 없어도 경력에는 문제없었다. 오히려 1~2년간 미국 생활을 즐기면서 영어 실력을 늘리고, 미국 법률 시스템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가족이랑 떨어져서 혼자 온 사람들은 더 그래. 이번 기회에 최대한 미국 대륙 이곳저곳 전부 여행할 생각뿐이야."

우리처럼 가족이 함께 온 경우도 있지만, 가족이 없거나 가족과 떨어져 온 경우도 종종 있었다. 혼자 온 경우 대부분 single room을 빌려서 다른 학생들과 집을 공유하면서 살고 있었다. 오히려 가족이 없어서 더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그런 자유와 외로움이 그들을 여행으로 이끄는 것일지도 몰랐다.


"상철이 형 이야기 들었어?"

남편이 갑자기 물었다. 상철 씨는 Bar exam에 합격한 극소수 중 한 명이었다.

"한국에서부터 준비했대. 회사 일하면서 새벽에 인터넷 강의 듣고, 주말에는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공부했다고. 여기 와서도 아침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도서관에만 있었대."

"영어는?"

"그게 문제지. 영어가 약해서 더 열심히 했다고. 답안지 쓰는 연습만 수백 번 했대. 타자 속도 늘리려고 타이핑 연습도 따로 하고."

듣기만 해도 숨이 막혔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다음 이야기였다.

"근데 운이 좋았대. 코로나 때문에 시험이 온라인으로 바뀌고, 문제도 쉽게 나왔다고."

"그럼 지금은?"

"다시 오프라인이야. 난이도도 다시 어려워졌고. 호텔비에 교통비에... 돈도 더 들고."

그러고 보니 우리에게는 코로나라는 행운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코로나 때문에 중고차 가격이 폭등했고, 이삿짐은 3개월이나 걸렸으니 불운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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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 형은 또 달라."

영수 씨는 좀 특별한 케이스였다. 이미 행정학 석사로 미국 유학을 한 번 와본 경험이 있었다.

"영어가 완전 네이티브 수준이야. JD들이랑 스터디 그룹도 만들고, 교수님들한테도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수업도 JD 과목 위주로 들었대."

"그래서 붙었구나."

"응. 근데 그 형도 방학 때는 정말 죽을 만큼 공부했대. 아침에 일어나서 도서관 가고, 도서관 문 닫을 때까지 있었다고."

남편이 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봤다. 8월의 데이비스는 여전히 덥지만, 저녁이 되면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나는 둘 다 아니야. 상철이 형처럼 한국에서부터 준비한 것도 아니고, 영수 형처럼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야."

그게 문제였다. 남편은 Bar exam이라는 목표 자체가 없었다. MBA가 안 돼서 급하게 LLM으로 왔을 뿐이었다. 게다가 영어도 중간 수준. 법률 영어는 더더욱 생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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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California Bar는 볼 수도 없어. DC Bar만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있거든. 그것도 가까스로..."

남편이 노트북을 열어 보여줬다. DC Bar의 요구 조건이었다.

"법학 관련 83학점에다가, Bar 시험 과목으로 26학점..."

숫자만 봐도 머리가 아팠다. 게다가 한국 사이버대학교도 아직 졸업조차 못했다. 사이버대 시험을 새벽에 보면서 UCD 수업도 착실하게 챙겨야 한다니. 무엇보다 Bar 시험 과목 26학점을 채우려면 JD 학생들과 직접 경쟁해야 했다.

"20대 초반 애들이야. 그것도 영어 네이티브. 나는 30대 중반 아저씨인데."

자조 섞인 웃음이 씁쓸했다.

"다른 사람들 말도 일리가 있어. 한국 가서 써먹을 데도 별로 없는데 왜 고생하냐고. 차라리 가족이랑 여행이나 다니라고."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미국 변호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한국에서 특별히 우대받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미국 변호사인데 왜 한국에서 일해?'라는 시선을 받을 수도 있었다.

"엘리랑 놀아줄 시간도 더 많이 생기고. 주말마다 여행도 가고. 그게 진짜 미국 생활 아닐까?"

남편의 말에 나도 잠시 흔들렸다. 그래, 어차피 2년 후면 한국으로 돌아갈 텐데. 굳이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 엘리에게도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소중할지도 모른다.

"요즘 도서관 가면 JD 1학년들 보여. 다들 열정 넘치고, 질문도 엄청 하고. 나는 그냥 따라가기도 벅차."

"..."

"우리 돈도 없잖아. Bar 시험 등록비만 대략 1,300달러야. 준비하는 동안 Bar prep도 들어야 할 거고. 시험보러 가면 숙박비에 교통비까지. 떨어지면 그 돈 다 날리는 거고."

맞는 말이었다. 한국 집은 여전히 안 팔리고, 환율은 계속 오르고, 우리는 코스트코 핫도그로 점심을 때우는 처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한다는 게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생각도 들었다. MBA에 떨어져서 좌절했을 때, LLM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잡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 없었을 거다. 어쩌면 Bar exam도 그런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생각은 아직 내 마음속에만 담아뒀다. 남편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였으니까.

창밖으로 데이비스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옆집에서는 TV 소리가 들렸고, 바깥에서는 새로운 학기를 맞아 신나는 파티 소리가 났다. 평화로운 일상.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가끔은 평화로운 일상을 깨고 도전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문제는 그 '때'가 언제인지 아는 것이겠지만.


우리가 겪었던, 그리고 알아보았던 DC Bar Exam 비용 안내 (Non-ABA approved JD 기준)
1. 시험 응시료 : 약 $1,300
- Admission by Exam: $233
- NCBE Character Report Fee: $925 (신원조회 비용)
- Laptop Software Registration: $150 (컴퓨터 시험용)

2. Bar Prep Course (변호사 시험 준비를 위한 강의)
- Barbri: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업체. 비용 약 $3,000-4,000
- Themis: Barbri보다 저렴하면서도 합격률이 비슷. 비용 약 $1,500-2,000
- Kaplan: 중간 가격대. 비용 약 $2,000-2,500
Bar Prep은 보통 2-3개월 풀타임 과정으로, 강의 동영상, 문제은행, 모의고사, 에세이 첨삭 등을 제공한다. 많은 학생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중고 교재를 구입하거나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비용을 절감하기도 한다.

➡️ 총 예상 비용: 시험료 + Bar Prep = 약 $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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