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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숲 Jan 15. 2024

르완다에서 부는 바람 3화

헬로 르완다

설렘과 기대감으로 르완다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목마름이 심해 2,500 원하는 생수를 사서 마셨다. 소형 비행기에 탑승하니 에티오피아행과는 사뭇 다르다. 외국인이라고는 남편과 나, 두 자문관 그리고 키가 크고 파마를 한 백인 젊은이 이렇게 다섯 명을 빼고는 다 피부색이 검은 사람들이다. 바다나 강은 보이지 않고 끝없이 펼쳐지는 건조한 산지. 아, 내가 정말 아프리카 땅 르완다로 가고 있구나. 르완다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 점점 가까이서 불어오는 내륙의 냄새를 맡는다.



고국을 떠난 지 15시간이 넘었다. 

출국날이 가까워올수록 가장 먼저 걱정되던 것이 이곳에서 아프면 어떡하지?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이 건강체크였다. 국가검진 때였지만 일부러 큰 병원에서 체크를 받았고 다행히 전과 별다름이 없어서 홀가분했다. 그래도 평소 먹던 고지혈증, 골다공증, 유산균약 일 년 치 처방을 받았다. 일단, 안심이 되었다. 치과에서도 잇몸이 아플 것을 대비해서 여분의 약과 소독액을 챙겼다. 


아프리카로 간다고 하자 많이들 걱정을 했다. 황열병, 광견병, 수막구균과 파상풍, A형 간염, 코로나 주사등 필요한 접종은 다 마쳤지만 말라리아모기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것이 치안문제였는데 남편에 의하면 르완다는 아프리카중에서 가장 치안이 안전한 나라라고 했다. 그리고 적도 부근이라 우리나라 봄, 가을 날씨와 같다면서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이다. 이미 남편의 마음은 르완다를 품에 품고 기도하고 있었고, 르완다의 경제 개발을 도우며 선교하려는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축복임을 믿고 있었다. 


그래, 어디든 다 사람이 사는 곳이지! 하는 배짱이 내게 생겼다. 남편과 함께 한 배를 탔으니 이제는 앞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함께 가야 되는 것이다. 멀어진 고국과 가까워지는 르완다 사이에서 지나온 일들을 돌아보며 펼쳐질 시간을 생각했다. 내가 써 내려가야 할 인생후반의 페이지마다 이 땅의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말이다. 


*르완다 소개 책자 중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드디어 꿈꾸던 땅에 도착했다. 이곳 시각이 오후 1시가 조금 넘었다. 짐을 찾아서 나오려는데 가방 검사를 다시 해야 한다며 제지를 한다. 그러고 보니 네 개의 캐리어 중 하나에 긴 플라스틱 끈이 붙어 있다. 커다란 모니터가 들어있던 가방이었는데 매의 눈으로 확인하더니 오케이 하며 가라고 한다. 사실, 모니터를 가지고 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을까. 그들도 이것이 궁금했나 보다. 


서울에서 입고 간 옷을 벗어서 넣고 싶었지만 짐이 워낙 많아서 어디 둘 때도 없었다. 두꺼운 옷을 그대로 입고 있으니 땀이 많이 났다.  남편과 두 자문관은 약속인 듯 코이카에서 준비해 준 파란색 조끼로 갈아입었다. 나중에 보았지만 그들과 함께 찍은 사진 속에서 내 모습이 참 어정쩡하니 볼만했다. 지친 내 모습과는 달리 파이팅을 외치는 그들의 모습에서 활기가 넘쳤다. 


공항에는 코이카에서 두 분이 마중을 나와 있다. 먼 길 오셨다는 그 한 마디에 피곤했던 몸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처럼 푸근한 것이 있을까. 그들의 모습에서 마치 고국의 품 같은 따뜻함을 느꼈다. 차량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왼쪽방향으로 움직이자 르완다 정경이 눈앞에 확 펼쳐진다. 


와!!! 여기가 정말 아프리카 맞아. 


절로 탄성이 나왔다.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은 아름답다는 것과 평화로워 보인다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아프리카라는 땅에 대한 나의 편견이 순간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분명 고지대이긴 한데 어쩌면 저렇게 빨갛고 파란 지붕들이 나무들과 잘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있을까. 나는 지금 해발 1500~2000미터의 르완다 땅을 정말 밟은 것일까. 어느 유럽 풍경 못지않은 멋진 모습 앞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기대감으로 차량을 타고 내려오는데 차량과 오토바이가 막 뿜어내는 연기가 심상치 않다. 매캐한 냄새가 차량 유리문을 통해 조금씩 스며들었다. "저 아래 조금만 내려가면 달라요~"하고 말하던 직원의 말이 조금씩 실감되었다. 르완다 키갈리 공항을 벗어나 차량은 숙소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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