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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숲 Jan 17. 2024

르완다에서 부는 바람

시간여행 첫날 

공항에서 숙소로 오는 동안 매캐한 냄새는 계속되었다. 흰색 버스가 검은 연기를 훅 뿜으며 지나가자, 매연이 너무 심해 손으로 입을 막았다. 르완다에서는 경유를 사용한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세상에 이 정도일 줄이야 미처 몰랐다. 거리를 보니 오토바이 행렬이 즐비하다. 르완다의 주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 택시라고 했다. 일반택시가 있긴 하지만 요금이 아주 비싸고 버스는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한다. 왜냐하면 버스는 승객이 가득 차야 출발한다는 것이다.  


시간여행 첫날 


일행이 머물게 된 숙소는 키갈리 Gasabo에 위치한 Highlands Suites Hotel이다. 비행기에서 간단한 식사를 한 것뿐이어서 허기도 느껴졌지만, 먹을 것도 없고 시간이 없었다. 일단 짐을 풀어놓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은 후 호텔 로비에 다시 모였다. 첫날은 핸드폰 개통과 환전을 해야 했고 생각보다 일정이 빠듯했다. 우리는 숙소에서 2킬로 정도 떨어져 있는 르완다 주요 통신사인 엠티엔(MTN)에 도착했다.  

MTN이 있는 건물과 정문 앞 소지품 검사소, 대기 중인 오토바이 택시


특별하고도 신기한 광경을 본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소지품 검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마치 비행기 탑승 시 거치는 과정처럼 그런 것이다. 앞에 놓인 바구니에 가방과 우산을 내려놓으니 무사히 통과되었는지 땡큐 하며 다시 가방을 건네준다. 철저한 것 같으면서도 형식적인 이 절차가 왜 필요한 것일까, 잠시 그런 의문이 들었다. 


MTN 안은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남편과 나는 여분의 핸드폰을 가져갔기 때문에 그곳에 유심칩을 사서 끼웠다. 국내폰과 르완다폰을 구별해서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먼저 여권을 건네고 확인 과정을 거친 다음 핸드폰 번호를 개통하게 되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들었다. 참 이상한 것은 업무를 보던 사람이 일을 보다가도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다. 다른 업무가 생기면 그곳의 일을 보러 갔다가 다시 오는 것이었다. 그러니 일행 네 명의 핸드폰을 개통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겠는가. 그러고 나서 환전했는데 달러의 가치가 금액의 크고 적음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는 것이 특이했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카카오페이처럼 쓰는 모모(MoMo) 페이가 있다. 핸드폰개통 시 함께 충전하면 편하다고 해서 일단 30,000원을 충전했다. 얼마나 정신이 없는지 핸드폰이 개통되었다고 해도 내 번호가 뭔지, 충전한 돈을 어떻게 쓸 수 있는 건지 감이 오지 않는다. 


설명하는 사람은 분명 내게 다 설명해 주었는데도 돌아서면 깜깜해지는 것이다. 마치 걸음마를 배우고 있는 아이처럼 핸드폰을 두드리는 손가락도 어눌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딛는 발걸음도 어색하다. 


환전을 하고 나서 정문 바로 옆에 있는 KIBU슈퍼마켓에 들렸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시장이라고 해서  여기서 며칠 먹을 장을 보았다. 동네 작은 슈퍼 같은 곳인데 정육점도 함께 하고 있다. 

*환전소 유리문에 붙어있는 환전표*


야채나 과일이 많이 있는 것이 아니었고 싱싱하지 않아서 최소한의 것으로 장을 보았지만 그래도 반가웠다. 딸기쨈은 11,500프랑으로 다소 비싼 편이었다. 모양이 일정치 않고 약간 푸른기가 도는 방울토마토 두 주먹을 봉투에 담았다. 정육점에서 가격을 찍어주는데 1,472프랑이다. 르완다에는 비닐봉지를 주지 않고 대신 종이봉투가 쓰인다. 환경을 먼저 생각해서 그런다는데, 어쨌든 한국에서 가져온 장바구니가 아주 유용하게 쓰였다.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쌀을 사지 못해서 빵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온몸이 노곤해지면서 이곳이 한국이 아닌 아프리카 땅 르완다에 왔음을 실감했다. 산에 내걸린 등불처럼 집마다 불을 켠 비스듬한 동네가 창밖으로 내다보인다.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깨달아 알게 해 준 인생 후반, 이곳에서 과거를 돌아보듯 나의 시간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또 다른 내일을 꿈꾸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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