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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숲 Jul 09. 2024

르완다에서 부는 바람 30화

우연은, 간절한 마음이 있을 때 찾아오더라~!

르완다에 와서도 고양이가 그리웠다. 집에서 기르던 예삐가 그리웠고, 캣맘이 되어 돌봐주던 쿠키가 늘 그리웠다. 어쩌다 이곳에서 길고양이라도 만나는 날이면 나는 더 없는 행복감으로 즐거웠다. 한동안 나는 산책할 때마다 작은 가방에 약간의 먹이를 넣고 다녔다. 그러나 어쩌다 마주쳐도 냅다 도망가는 바람에 고양이를 향한 나의 사랑은 매번 허탈했다. 나는 도망가는 고양이를 향해 소리쳤다. 야옹아!!! 우리 집에 오너라, 밥 줄게~~


그런데 오늘 이런 대단한 행운이 생길 줄이야. 르완다에 와서 처음으로 내 품에 고양이를 안아봤다. 남편 말에 의하면 내가 고양이를 간절히 찾으니까 하나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라고 했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잠시였지만 정말 행복했다. 뒤돌아볼수록 신기한 일이었다. 하마터면 그냥 스쳐 지나칠 뻔했다.




나는 남편과 함께 저녁 산책을 즐긴다. 지금은 건기의 계절이라 황토 바람이 있기는 하지만 적당한 볕이 있고 바람이 있는 한국의 초가을 같은 날씨다. 사람들은 내가 아프리카로 간다고 했을 때 마치 대단한 위험지역으로 가는 것처럼 염려했었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여러 아프리카 지역 중에서도 르완다는 밤에 산책을 해도 안전한 유일한 나라. 이웃하고 있는 케냐나 탄자니아, 콩고 등을 다녀온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르완다가 정말 살기 좋은 곳이라며 엄지 척을 올린다. 처음 집을 구할 때도 주인이 아주 자랑스럽게 건넨 말이 이곳은 밤에 여자 혼자 다녀도 괜찮다는 그 말. It's safe! 였다.


내가 살고 있는 은 르완다 폴 카가메 대통령궁이 있는 곳에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다.  지금은 대통령궁이 신도시인 비전시티 쪽으로 집무를 옮겼지만 여전히 이곳에는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고 밤이면 진입이 통제되는 곳도 있다. 긴 담벼락을 따라가면 대단한 숲의 정원을 만날 수 있다.  


곳을 지날 때마다 나는 남편과 함께 무언의 약속처럼 보초를 서고 있는 그들에게 먼저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넨다.

아무리 캄캄해도, 또 그들의 검은 얼굴이 안 보인다 해도~~ 헬로!!!

그러면 보초를 서던 그들도 우리를 향해 번쩍 손을 들어준다. 




멀리 보이는 곳이 대통령궁의 한쪽 진입로, 오른쪽에 있는 나무 옆에서 고양이를 만났다


저녁 8시 30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큰 공터 입구에 있는 나무 옆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느껴졌고 흑인 여자 이이가 그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았다. 다행히 가로등이 있어서 이들의 움직임이 눈에 얼른 들어온 것이다. 하얀 털을 가진 아주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나무 옆에서 길 쪽으로 나왔다가는 들어가고 또 그러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길고양이인가 했는데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는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반가움에 얼른 손을 내밀었더니 아기 고양이가 내게로 쪼르르 다가와 차가운 코를 쓰윽 문지르더니 번팅을 한다. 그리고 내 몸에 밀착해 주변을 휘돌더니 남편의 다리에 꼬리를 감는다. 분명 사람 손을 많이 탄 고양이다.


고양이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앳된 흑인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your cat~!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왜 여기까지 고양이를 데리고 나왔을까. 고양이는 산책하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묻기도 전에 그녀는 먼저 얘기를 한다. 친구를 배웅하러 나왔는데 고양이가 따라 나왔고, 자기는 고양이를 만지지는 못한단다. 그러니까 계속 고양이가 가는 길 쪽으로 같이 내려왔다는 것이다. 나는 고양이를 들어 올려 안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손까지 흔든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내가 품에 안고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집까지 직진 코스로 꽤 먼 거리를 이동한 것이다. 이 밤중에 말이다.


아기 고양이가 자동차 소리에 놀랄까 봐 입고 있는 스웨터 자락으로 얼굴을 가렸더니 야옹야옹하며 내 손 등을 살짝 문다. 너무 가볍고 보드랍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고양이의 이빨조차도 손등에 닿는 촉감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그녀의 집은 내가 잘 가는 BASO 카페로 가는 길 아래쪽 마을이었다. 큰 대문을 두고 시골의 정겨운 풍경처럼 여러 세대의 지붕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대문을 들어서서 고양이를 내려주고 돌아섰다. 어둠 속에서 둥글게 몸을 말고 앉아있는 아기 고양이 모습이 하얀 토끼 같다. 따뜻한 온기가 빠져나간 듯한 내 마음은 아쉬움으로 자꾸만 길을 뒤돌아 보았다. 언제 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처음으로 품에 안아 본 흰털의 고양이가 살고 있는 마을




한국에 도착한 이튿날 쿠키를 보러 전에 살던 아파트를 찾았다. 그만큼 쿠키는 내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아픈 손가락이었다. 겨울은 잘 지냈는지. 몸은 좀 어떤지. 눈에서 흘러내리던 검은 물은 그쳤는지... 나는 너무너무 쿠키의 모든 것이 궁금했다. 약속도 없이 갔는데 그곳에서 나를 대신해 쿠키를 돌보고 있는 캣맘과 딱 마주쳤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와락 껴안았다. 쿠키 잘 있나요~~! 내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안 그래도 정자 밑에 있어야 할 쿠키 집이 보이지 않아 내심 궁금했던 참이었다.


내가 있을 때만 해도 정자 밑에 집이 있었고 쿠키는 집에서 편히 잠을 잘 수 있었고 살이 올랐었다. 그리고 정자에 담배 피우러 올라오는 사람들도 쿠키를 사랑해 줬고 쿠키도 저들을 엄청 따랐지 않은가. 사람만 보면 붙어 있고 뒹굴고 하던 쿠키의 모습이 눈에 선한 것이다. 그래서 더욱 쿠키를 잘 닦아 주곤 했다. 사람들이 더럽다고 저리 가라고 손사래 치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경비 아저씨도 저 아이를 귀여워해 주었다. 혹여 내가 바쁠 때 쿠키 사료를 자신이 주겠노라고 내게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아저씨마저 일을 그만두었단다. 그리고 고양이 집을 둘러엎고 빗자루로 때리고 가혹한 일들을 행하고 있어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담벼락 울타리 쪽에서 밥을 먹으러 내려오는 아이가 쿠키였다. 확실히 전보다 살이 빠지고 털이 거칠다. 쿠키의 걸음걸이는 여전히 기우뚱거리는데 빗자루로 맞아서 등의 한쪽마저 기울어졌다고 한다.  물휴지를 꺼내 쿠키의 몸 이곳저곳을 닦아 주었다. 쿠키도 내 손길을 기억하는 것인지 얼굴을 만지자 나를 빤히 바라본다. 예전처럼 귀를 닦아주고 엉덩이까지 닦았다. 그랬더니 녀석이 전에 하듯이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워 장난을 건다. 그러나 전과 달라진 것은 오래도록 겉에 머물지 않고 멀리 떨어지려 한다는 것이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두려움이 그 아이에게서 느껴졌다. 쿠키야, 어쨌든 잘 견뎌내야 한다.


누워있다가 자리를 뜨려 하는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나의 아픈 손가락 쿠키!!! 작고 여린 생명에게서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본다는 것은 너무 마음 아픈 일이다.




고국에서 다시 만난 쿠키




오늘은 고양이와 인연이 많은 날이다. 점심 초대를 하신 르완다 대사님 관저에서 돌보아주는 점박이 길냥이도, 오늘 저녁 산책길에 만난 흰털의 고양이도 그랬다. 분명한 건 내가 정말 고양이를 진정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나의 작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우연은 어디에 있을까~! 사랑하는 쿠키에게 안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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