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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숲 Jul 23. 2024

르완다에서 부는 바람 32화

사람 살아가는 맛은 어떤 걸까?

남편과 나는 촌스러움이 닮았다. 르완다에 와 보면 이것이 얼마나 편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멋도 부릴 필요 없고 구두 신을 일도 거의 없다. 입었던 옷을 계속 입어도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고 화장을 대충 해도 되고 안 해도 상관없다. 다만 선크림은 꾸준히 바른다. 다만, 여기가 적도 아래이기 때문에 이것은 꼼꼼히 챙긴다. 유행의 흐름에 뒤처지는 나의 성향과 딱 맞다.  


르완다에 온 지 6개월이 지나고 보니 내게 헝그리 정신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당시에는 속상하고 부끄러웠던 일들도 돌아보니 보이지 않는 자산이다. 부족했던 것들로 인해 비록 돌아서 온 것 같지만 오히려 그 하나하나의 과정 속에서 받은 연단이 나를 더 탄탄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어지간한 것은 이해가 되고 또 이해되지 못할 것도 없는 것이다. 르완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평안한 모습으로 웃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길 가다가도 손 한 번 흔들어주면 너무 좋아하는 선량한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그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내가 마음을 더 내려놓게 된다. 그들의 생활 속으로 자주 들어가서 진짜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것은 글쟁이의 생각일까?  르완다 사람들의 사람 살아가는 참 맛이 느껴지는 곳이 내 안의 정서인 것이다.



집을 벗어나면 르완다가 더 잘 보인다


르완다 수도 키갈리는 여행객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 3위라고 하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산속 휴양지 같은 르완다만의 특별한 자연환경과, 아프리카에서 치안이 가장 안정적이라는 것도 여행객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것으로 뽑혔을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외국인 거주 지역이라 다들 말하는 괜찮은 환경의 지역이다. 집들은 대부분 크고 몇 안 되는 집들이 매끄러운 포장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그러니 르완다에 여행 온 사람이라면 집 근처 외국인들에게 명소로 알려진 바소 카페에는 필히 들릴 것이고 이곳의 좋은 풍광에 놀랄 것이다. 르완다가 다 이럴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곳이다. 실상 르완다는 같은 수도 키갈리라고 해도 몇 블록만 넘어가도 여기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확연하게 펼쳐진다.


장을 보러 집에서 왕복 6킬로미터, 2시간 20분 거리를 걸어서 갔다 온다면~~!!!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을 우리는 가끔씩 한다. 남편과 나의 비슷한 점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다. 어찌 보면 좀 촌스럽고 부족한 듯하게 살아가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 것이다. 집 근처에도 마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근처라고 했지만 한국처럼 집에서 나가면 바로 있는 것이 아니고 언덕을 올라 시내로 가야 있다는 얘기다. 심바 마트까지 내 걸음으로 30분 안에 갈 수 있긴 하다. 짐이 무거울 때는 모토라고 하는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내려오면 되는데 이것도 아주 가끔만 이용한다. 어쩌다 탈 때도 매번 천천히, 안전하게~!!! 를 부탁하고 모토기사 옷자락이라도 꼭 잡아야 안심을 하니 어지간하면 걸어가는 게 이곳에서는 상책인 것이다. 


하필 부엌 식재료가 동시에 거의 바닥이 났다. 남편은 옆 동네 야미람보에 아주 싱싱하고 좋은 물건을 파는 가게가 있다고 강추한다. 감자알이 진짜 좋고 산지에서 직접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슬람 사원 근처라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까 다녀올만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10킬로 미터의 거리도 멀지 않게 느끼는 남편의 말을 나도 모르게 그대로 믿을 때가 많다. 특히 운동할 겸 다녀오자는 그 말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집을 나선다. 그래서 가뿐한 마음으로 나갔다가 지쳐 돌아오는 것이다. 이걸 알면서도 얼른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단단히 무장을 한다.


실컷 사용한다 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을 그런 오래된 기내용 캐리어를 끌고 간다. 가져올 때부터 필요하면 이렇게 써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캐리어를 끌고 가는데 바퀴 소리가 너무 시끄럽게 난다. 아스팔트 포장이 매끄럽지 못하고 울퉁불퉁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얼마를 끌고 가던 남편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어느 순간 캐리어를 들고 걷는다. 이슬람 사원을 지나고 길게 늘어선 골목골목을 지난다. 원통 모양의 옷을 길게 입은 아이들이 공을 차며 논다. 멀리서 볼 때는 축구공 같더니 가까이서 보니 무언가 둘둘 말아서 공처럼 차고 놀고 있다. 공을 차고 뺏고 뛰며 더없이 즐거워한다. 


짜파티를 맛보다


가는 길에 남편이 봐 두었다는 짜파티 식당에 들른다. 모토가 가게 앞에 쭉 늘어서 있고 대부분의 손님이 모토기사다. 이들이 한 끼 식사 해결을 위해 잠시 앉았다 가는 곳이다. 짜파티 하나에 200프랑, 음료는 따뜻한 녹차 한 가지인데 200프랑이라 해서 남편은 두 개를 나는 한 개를 주문한다. 큰 컵에 차를 가득 따라주는데 생강차에 설탕을 많이 넣었는지 달다. 피곤이 싹 가시는 듯하다. 흑인들의 시선도 약간은 느꼈지만 생각보다 맛있는 짜파티에 그것도 다 잊어버렸다. 손 닦는 티슈는 없다고 해서 졸졸 나오는 수돗물에 손을 씻고 또 길을 나섰다.


남편이 찜한 야미람보 야채가게, 과일가게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로 합세하더니 아래로 한참을 또 간다. 그러더니 왼쪽 골목으로 꺾는다. 드디어 남편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추천하던 야채가게가 나왔다. 젊은 주인은 남편 얼굴을 안다고 더 반갑게 맞아준다. 남편이 말한 것처럼 감자도 수북이 쌓여있고 양파는 탱탱하다. 감자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자매도 나눠주기로 해서 3킬로를 샀다. 앙파는 2킬로, 호박, 브로콜리, 콩을 샀다. 그리고 앞 쪽 과일가게에서 파인애플, 아보카도. 망고, 사과 두 개를 사서 캐리어에 잘 눕히고 내가 매는 배낭에도 넣는다. 확실히 가격도 저렴하고 물건이 좋아서 일단 마음은 뿌듯하다.





야미람보 거리 풍경


남편은 캐리어 위에 내 배낭까지 얹어서 간다. 힘들지~~!!! 하고 물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물건이 싱싱하고 가격도 마트보다 저렴해서 좋기는 한데 괜한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게다가 길이 평지가 아니고 산지의 특성상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어 그리 쉬운 길이 아니기에 말이다. 어쨌든 나절이 걸린 같은 느낌으로 집으로 왔다. 캐리어를 열었더니 저마다 빠꼼히 내다보는 것들. 나열해서 사진 컷 찍었다. 오늘은 기내 캐리어가 당당히 한몫을 했다. 덕분에 당분간 찬거리 걱정은 덜었다. 갑자기 부자가 같았다.   


캐리어를 열자 고개를 빠꼼이 내민다  안녕~!


Welcome to rwanda!

캐리어 덕분에 오며 가며 인사를 많이 들었다. 

삶의 쳇바퀴가 다소 느리게 돌아가지만 모서리가 느껴지지 않는 나라 르완다. 

나도 그들과 함께 나날이 둥글어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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