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

by 고석근

신념


모든 종류의 확신에 사로잡히지 않는 자유로움이 그의 의지의 강함에 포함되어 있다. - 프리드리히 니체


가끔 신념이 강한 사람들을 만난다.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마구 소리치는 사람들이 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그들은 어떻게 해서 저리도 강한 믿음을 갖게 되었을까? 오랫동안 나는 믿음이 강한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대학 때는 여러 종교를 배회했다. 그 무엇으로도 나를 해칠 수 없는 금강 같은 신념을 갖고 싶었다.


절에 가면 마음이 편안했다. 하지만 강한 신심이 생기지는 않았다. 불경을 보고 예불에 참여를 해도 덤덤했다.

철학을 가지면 될 것 같아 철학 책을 읽고 공부모임을 만들어 함께 동서양 철학을 섭렵했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사상, 신념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나의 삶 속에서 나의 사상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신념이 강해 보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삶이 두려워 종교, 사상을 갖는다. 세상이 깔끔하게 정리되어야 안심이 되니까.


신념이라는 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세상은 얼마나 안전해 보이는가! 모든 것이 해석이 되니 불안하지 않다.


정답이 주어지는 삶, 하지만 인생에 정답이 있을까? 인생에는 온 몸으로 삶을 밀고 나가며 스스로 풀어야 하는 해답이 있을 뿐이다.


역사적으로 그 많은 종교들을 보면 끔찍한 생각이 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종교의 이름으로, 정의의 이름으로 무수한 악행을 저질렀는가!


종교가 없었다면 인간이 인간에게 차마 그런 악행들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종교의 안경을 쓰는 순간, 인간이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도 안전하게 살고 싶어 종교인이 되려한 적이 있었다. 결혼한 내가 할 수 있는 종교인, 교무가 되려고 원광대 원불교학과에 편입하려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술을 마시고 교당에 갔다가 교무님과 부딪치고 나서 종교인이 되는 것을 포기했다.


그때 나는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모든 종류의 확신에 사로잡히지 않는 자유로움이 그의 의지의 강함에 포함되어 있다’


오랜 방황 끝에 나는 인간은 각자 하나의 세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나의 세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니체가 말하듯 나의 생각들의 허물을 끊임없이 벗으며 나를 성장시켜가야 한다. 모든 생명체가 자신을 한껏 꽃 피웠다 사라지듯이.


나는 내 안에서 올라오는 생명의 힘으로 나를 밀고 가야 한다. 밀고 가며 나의 신념이 만들어져야 한다.


내 몸과 구분되지 않는 나의 신념이야말로 진정한 나의 신념이다. 진정한 신념을 가진 사람은 한없이 부드럽다.


이런 신념을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좋아질 것이다. 머리로만 익힌 ‘신념’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갖게 되면 무섭다.


그는 두려울 게 없다. 신이, 선이 그의 편이라고 생각하니까. 이런 사람들과의 생명을 건 싸움 속에서 진정한 신념들이 꽃처럼 피어난다.


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며,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도 미뤄 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도 미뤄 두고,

모든 좋은 일이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쁜 숨만 남았구나.


- 반칠환, <한평생> 부분


하루살이는 노래하며 이승을 떠난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인간만이 중얼거린다. ‘모든 좋은 일이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쁜 숨만 남았구나.’


이런 회한들이 강한 신념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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