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겐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의식되는 본능은 전체성을 낳는다. 의식되지 않는 본능은 파괴적인 무지향성을 낳는다. 우리는 모두 진흙구덩이 속에 살고 있지만 그중 몇몇은 밤하늘의 별을 본다...우리가 소유하지 않는 것은 우리를 소유한다. - 오스카 와일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에겐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는 땅에 대한 무한한 욕심을 내던 농부가 결국엔 자기 몸만큼의 땅에 묻히게 되는 슬픈 결말을 보여준다.
먼 도시에서 아내를 찾아 온 처형과 아내가 도시 생활과 농촌 생활을 비교하는 얘기를 난로 옆에 누워 엿듣고 있던 남편, 바흠은 생각한다.
“맞는 말이야. 농부의 유일한 애로 사항은 땅이 많지 않다는 건데, 땅만 많다면 난 악마 따윈 두렵지 않아!”
난로 뒤에 죽 앉아 있던 악마가 생각했다. ‘좋았어. 우리 한번 겨루어 보자. 네게 많은 땅을 주지. 그 땅으로 너를 내 손아귀에 놓으리라.’
우리의 마음은 선과 악의 싸움터라고 한다. 우리가 선하게 살아가려면 선의 씨앗에 물을 주라고 한다.
선과 악은 항상 붙어 있다. 땅만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그만큼 나쁜 것도 함께 따라 붙는다.
악마의 마술에 의해 바흠은 항상 좋은 땅을 많이 얻는 행운이 따른다. 그는 하인을 부리며 더 크고 좋은 땅을 찾아 나선다.
마침내 그가 꿈꾸던 광활한 땅이 나타났다. 그 지역의 족장이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땅을 선택하시오. 우리에겐 땅이 많소.”
족장은 바흠에게 ‘하루의 땅’을 주겠다고 했다. 바흠 스스로 하루 종일 걸어 땅의 넓이를 정하는 것이다.
다음 날 새벽, 일찌감치 일어난 바흠은 단단히 채비를 하고 걷는다. “시간을 허비하면 안 돼. 날이 더워지기 전까지는 걷기가 수월할 거야.”
해는 어느 새 기울고 바흠은 녹초가 되었다. ‘어떡한담. 너무 욕심을 부려서 다 망치게 생겼네. 해가 지기 전까지는 도저히 못 가겠어.’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달려갔지만 목표지점에 도착하는 순간, 그는 쓰러졌다. 입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영국의 위대한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 “의식되는 본능은 전체성을 낳는다. 의식되지 않는 본능은 파괴적인 무지향성을 낳는다...우리가 소유하지 않는 것은 우리를 소유한다.”
땅이 소유한 곳과 소유하지 않은 곳으로 나눠지게 되면, 우리의 의식도 나눠진다. 소유한 땅은 의식이 되고, 소유하지 않은 야성의 땅은 무의식에 갇히게 된다.
우리는 아무리 많은 땅을 소유해도 소유하지 않은 땅이 있다. 그러면 땅은 신비로움을 잃는다. 하늘의 별도 빛을 잃는다.
‘의식되지 않은 본능은 파괴적인 무지향성을 낳는다.’ 우리는 모든 땅을 소유해야 우리의 본능은 모두 의식된다. 우리의 의식은 전체성을 갖게 된다.
모든 땅을 소유하는 방법은 아예 땅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다. 소유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모든 땅을 소유하게 된다. 전 우주를 갖게 된다.
소유 개념이 아예 없었던 인디언 추장은 땅을 팔라는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 팔 수 있는가?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것들을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에게는 이 땅의 모든 부분이 거룩하다. 빛나는 솔잎, 모래 기슭, 어두운 숲속 안개, 맑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 이 모두가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는 신성한 것들이다... 우리는 땅의 한 부분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이다. 사슴, 말, 큰 독소리, 이들은 우리의 형제들이다. 바위산 꼭대기, 풀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 모두가 한 가족이다.’
결국 인디언의 땅을 강제로 소유하게 된 미국은 어떻게 되었는가? 얼마 전 텍사스의 한 초등학교에 난입한 18세 청년이 총을 난사해 어린이 19명과 성인 2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 김수영, <파밭 가에서> 부분
천지자연의 운행 법칙은 잃으며 얻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소유하게 되면 그것을 잃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갖고 있는 것은 서서히 부패하며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