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서운 적
인간은 초극되어야 하는 그 무엇이다. 그대들은 인간을 극복하기 위하여 무엇을 했는가? - 프리드리히 니체
동화작가 미하엘 엔데의 그림책 ‘벌거벗은 코뿔소’는 자신의 껍질을 벗고 도망치는 한 가련한 코뿔소를 보여준다.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코로바다는 뿔이 두 개인 코뿔소다. 다른 동물들이 자신을 해칠까봐 온 몸을 철갑옷으로 두르고 다닌다.
작은 동물들은 코로바다가 두려워 늘 그를 피해 다닌다. 큰 동물들도 성가신 일이 생길까봐 조심한다.
함께 나누어 써오던 물웅덩이를 코로바다가 독차지하자, 동물들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회의를 열었다.
사자 사나우나, 혹멧돼지 우둘두둘, 코끼리 코로가마, 횡설수설 황새, 힐끔핼끔 하이에나, 두리반짝 다람쥐, 야실야실 영양.
머리를 맞대고 코로바다에 대항할 생각들을 나누었으나 뾰족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코로바다는 동물들이 자신을 내쫓을 궁리를 한다는 걸 알게 되자 다 없애 버리겠다며 화를 냈다.
동물들은 모두 코로바다가 없는 곳으로 떠나갔다. 코로바다와 기생충을 잡아먹는 새 쪼아쪼아만 남았다.
쪼아쪼아는 코로바다에게 이제 이 초원의 왕이 되었으니 동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상을 만들어 줄 동물이 없으니, 커다란 바위 위로 올라가 뒷다리를 들고 고개도 쳐들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으라고 했다.
스스로 동상이 된 코로바다는 기분이 좋았지만, 배가 고파도 먹을 것을 구하러 내려올 수도 없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 몸이 허약해진 코로바다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순간 조그맣고 연약한 벌거숭이의 코로바다가 철갑옷에서 스르르 빠져 나왔다.
그는 번갯불에 비친 자신의 동상을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본 어느 동물보다도 무서워보였다. 결국 코로바다도 코로바다가 없는 곳으로 떠나게 되었다.
코로바다가 떠나자 다른 동물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코로바다의 동상은 그대로 두었다. 후대의 교훈을 위해.
코로바다는 자신을 한 번도 본적이 없으니, 자신의 행동을 고칠 수가 없었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에 갇혀 있으면, 결국엔 자신이 가장 무서운 적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철갑옷을 입고 살아간다. 그것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 될 수도 있고, 딱딱하게 굳은 감정이 될 수도 있고, 세상의 감투일 수도 있다.
인간은 ‘자의식’이 있어, 바깥에 보이는 것들은 다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본능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은 본능에 의해 자신의 욕구가 제어되기에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 소박한 생리적 욕구의 만족만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이라는 게 있어, 끝없는 탐욕에 빠질 수가 있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을 초극해가야 한다.
자신을 초극하기 위해 우리는 늘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 자기성찰을 하지 않는 인간은 끝내 자신과 남들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아야 한다. 어느 선사처럼 자주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주인공?” “네.” “정신 차려 깨어 있으라.” “네.” “뒷날(어느 날 어느 때도) 남에게 속지마라.” “네. 네.”
항상 깨어있으면, 자신 안의 빛이 밖으로 나와 자신이 가는 길을 밝혀 준다. 스스로가 등불이 되는 것이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만은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만은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만은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 이상, <거울> 부분
인간은 자신을 볼 수 있는 존재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신을 남처럼 보게 된다.
우리는 남들에 대해서는 훤히 안다. 자신을 훤히 알게 되면, 서서히 자신을 넘어서는 존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