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다수 최대행복

by 고석근

최대다수 최대행복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도덕과 입법의 초석이다. - 제러미 벤담



TV 드라마 ‘황금 가면’에서 의사가 갑자기 암 수술을 중단한 환자의 딸에게 말한다.


“회장님이 이 환자 수술을 하면 후원금을 끊겠다고 합니다. 한 사람을 살리겠다고 다른 많은 환자들을 죽게 할 수는 없잖아요.”


이 의사의 논리에 무슨 논리로 반박해야 하나? 의사가 말하는 논리가 바로 공리주의에서 말하는 ‘최대다수 최대행복’이다.


그 환자의 생사여탈권을 쥔 재벌회장, 그녀는 그리스의 대표적인 소피스트 트라시마코스가 말한 ‘정의는 강자의 이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가난한 집 출신의 며느리를 내쫓기 위해 암 수술을 앞둔 친정어머니를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사적 이익을 의사를 통해 정의의 이름을 포장을 하니, 그녀의 사악한 행위가 정의의 구현이 되어버린다.


이 소피스트에게 반론을 편 사람이 바로 인류의 스승 소크라테스다. 소크라테스는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이익’이라는 주장을 편다.


그 의사도 언젠가는 병원에 입원할 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 만일 그 환자 같은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강자인 의사가 한순간에 약자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직업이 이러하지 않겠는가?


검사가 정의의 이름으로 포장하여 사적이익을 취하면, 자신이 피고인이 되었을 때 똑같은 과보를 받지 않겠는가?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정의는 결국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게 하는 가치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소피스트의 정의가 구현되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세상은 아수라장이다. 모든 사람이 강자가 되려고 발버둥을 친다. 강자의 이익만 노리다 약자가 되었을 때 비참하게 추락한다.


그래서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소크라테스의 논리가 맞지 않는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강자일 때, 눈앞의 이익만 노리다 언젠가는 돌고 돌아 그 행위의 과보가 자신에게 온전히 돌아오는 경험을 수없이 한다.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 크게 보면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이 상충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정말 이익이 되는 것은 남에게도 이익이 된다.


둘의 이익이 명확히 나눠지지 않는다. 그런데 왜? 현실에서는 타인의 이익을 해치는 자신의 이익이 판치는 것일까?


인간에게는 ‘자아’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자아는 항상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고 싶어 한다.


인간이 자아를 넘어서지 못하면, 자신의 욕심에 한없이 이끌려 간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한 이유다.


소크라테스는 우리에게 소리친다. ‘너는 이성(理性)을 가진 존재다. 그러니 이성을 계발하고 활용하라!’


이성이 제대로 계발되지 못한 인간들의 재판에 의해 소크라테스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사형선고를 받아들인다. 죽음으로써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인간은 이성을 가진 존재다. 너 자신을 항상 성찰하고 살아가지 않으면 살 가치가 없다!”


언젠가는 인류 모두가 성찰하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수많은 경험을 통해 결국엔 이성을 깨우게 될 것이다.



위의 쪽은 꽤 살집이 큰 것이었고

아래 쪽은 그 보다 작았다


나는 으레 겸양이 있는 사람인 척 아래 쪽의

작은 것으로 집으려는데 난데없이 파리 한 마리가

위 쪽 큰 조각의 수박 위에 내려앉는 게 아닌가


나는 머뭇거리면서 아래 쪽의 작은 놈으로 집어먹으면서

친구에게 남은 한 조각을 권했더니 이 친구 그냥 풀쩍 일어

서 버리는 것이었다


_수박 안 먹어?

_됐어


평소에 과일을 무척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 상희구, <수박> 부분



‘정의란 무엇인가?’ 누구나 다 알지 않는가? 친구 앞에서 그 좋아하는 수박, ‘불의의 수박’을 안 먹을 만큼.


우리 안의 이성은 늘 빛을 내뿜는다.


우리 모두가 이성의 빛을 비추기만 하면, 이 세상은 정의의 빛으로 눈부시게 될 것이다.


문제는 정의론에 대한 온갖 현란한 지식들이다. 소피스트의 교묘한 논리들이다. 그것들이 이성의 빛을 가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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