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주인

by 고석근

삶의 주인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 석가



삶의 주인, 당당한 삶은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데서부터 출발할 것이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


철학자 니체는 ‘주인의 도덕’과 ‘노예의 도덕’에 대해 말한다. 노예는 ‘옳음과 그름’을 기준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의 주인님의 일정’을 떠올리며 오늘 하루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점검한다.


그는 (노예로서) 옳은 일을 할 때는 자부심을 느끼고 (노예로서) 제대로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는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주인은 다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신나게 보내지?’하고 생각한다. 그의 삶의 기준은 ‘좋음과 싫음’이다.


니체는 인간이 노예에서 주인이 되는 과정을 3단계로 설명한다.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는 아이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낙타는 전형적인 노예다. 주인이 무거운 짐을 등에 얹어줄수록 좋아한다. 그는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사막을 묵묵히 걸어간다.


우리 대다수의 삶이다. 우리는 시간만 나면 일하려 한다. 쉴 줄을 모른다. 고된 일하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다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어흥!” 포효한다. 등의 짐을 땅바닥에 패대기친다. 그는 이제 자유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잠자고 싶을 때 잔다.


사실 낙타가 사자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술 몇 잔 마시고 포효하다 말 것이다.


사자는 아직 최고의 인간이 아니다. 그의 삶은 ‘창조의 유희’가 없다. ‘스스로 굴러가는 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자 하나의 신성한 긍정’, ‘아이’가 되어야 한다.


아이는 ‘순수이며 망각’이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한숨 자고 나면 다 잊는다. 그는 항상 즐겁다. 그는 매순간이 즐거운 놀이다.


그런데 우리는 알아야 한다. 아이는 사자를 거친 인간이라는 것을. 낙타로 살다가 바로 아이가 될 수는 없다.


수많은 낙타들은 정년퇴직하고 노후를 즐겁게 보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아이가 되지 못해서다.


원시인들은 성인식을 거쳐 어른이 된다. 성인식이 사자의 과정이다. 사내아이는 13세가 되면 강제로 엄마에게서 떼어내 숲으로 데려간다.


숲에서 그는 사자가 되어야 살아남는다. 그는 성인식을 무사히 마치고 사자에서 아이로 변신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에게 엄마는 어른 대접을 해준다. 그는 사자의 용맹함을 가슴이 지니고 유쾌한 아이로 살아간다.


원시사회에서 여자아이는 성인식을 간단하게 한다고 한다. 초경을 할 때 헛간에 혼자 들어가 조용히 자신이 여성임을 알아차리는 명상을 하게 한다고 한다.


여자아이는 자신이 여성임을 알아차리면 머지않아 어머니가 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더 이상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는 당당한 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된다고 한다.


나의 ‘성인식’은 참으로 길었다. 35세까지 순종하는 낙타로 살았다. 나는 더 이상 내 안의 포효를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직장이라는 우리를 박차고 나왔다. 사자처럼 울부짖고 사자의 발톱으로 닥치는 대로 마구 할퀴기도 했다.


사자가 되고 아이가 되기 위해, 여러 분야의 활동을 하고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공부했다.


예수는 말했다.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우리는 누구나 낙타에서 사자로 나아가 아이로 변신하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건, 육신이 약해서다. 몸에 배인 노예의 습성을 쉽사리 떨쳐버리기가 힘든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바뀌고 몸이 바뀌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진화해야 한다. 삶은 양이 아니라 질이라고 한다.


우리의 정신이 사자가 되고 아이가 되면 우리는 한 세상을 잘 살다 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였는데, 나는 어른이기를 원했다

자유 그리고 존경


스무살이었는데, 나는 서른 살이기를 원했다.

성숙함, 그리고 지적임.


중년이었는데, 나는 스무살이기를 원했다.

젊음, 그리고 자유로운 정신,


은퇴했는데, 나는 중년이기를 원했다.

지성의 소유, 한계가 없음.


내 삶이 끝나간다.

그러나 한 번도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진 적이 없었다.


- 제이슨 리이만, <현재 시제> 부분



노예는 한평생 희망 고문을 당하다 저 세상으로 간다. 그의 인생에 ‘현재 시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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