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실현(自己實現)

by 고석근

자기실현(自己實現)


우리의 전인성(全人性)은 다른 사람들의 승인 혹은 인정을 받음으로써 가능해진다. - 악셀 호네트



한 퇴직한 회사원의 일화를 전해 들었다. 그는 소일 삼아 탁구 동호회에 나간다고 한다.


그는 오랫동안 탁구를 쳤기에 온갖 기술을 익히고 있었다고 한다. 한 회원이 그에게 다가오더니 “선생님!”하고 말을 꺼내더란다.


‘헉! 선생님이라니?’ 그 회원은 자신이 요즘 여러 탁구 기술을 익히고 있는데, 도무지 늘지 않는 기술이 있어 선생님에게 배우고 싶다고 했단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자신의 잠재력을 계발해가다보면, 자신보다 앞서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자연스레 그들에게 고개가 수그러지는 것이다. ‘아름다운 인간관계’다. 인간은 이렇게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한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며 어느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사람은 자신의 잠재력을 계발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렇게 모래알처럼 흩어져서 개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들은 돈벌이에만 집중한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며 살아간다. 그런 사람들은 잘 살아갈까?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인간에게는 서로 공감하는 능력이 생겨났다. 이 능력을 바탕으로 인간은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웠다.


나 홀로 살아가겠다는 사람은 사람의 본성을 어기고 살아가는 것이다. 혼밥, 혼술, 히키모리...... .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자유로운 개인으로 살아가면서 동시에 하나가 되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장자는 그의 저서 ‘장자- 소요유편’에서 “참새가 어찌 대붕의 뜻을 알리오?”하고 말했다. 참새 눈에는 큰 날개를 갖고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대붕이 참으로 한심하게 보였을 것이다.


자신들은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이 나뭇가지 저 나뭇가지로 포르릉 포르릉 날아다니지 않는가?


저 붕새는 날아오르려면 태풍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참으로 가련한 생이 아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참새의 자유를 누리며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실상은 어떠한가?

그들은 우울과 권태에 몸부림친다. 지루한 삶을 견딜 수 없어 점점 더 깊은 쾌락의 늪에 빠져든다.


왜?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 삶을 살아서 그렇다. 인간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건, 너무나 힘들다.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니 돈벌이에만 몰두하는 참새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물과 같다. 천지자연의 이치에 따라 흐른다. 그 흐름에 자신의 마음을 맞추면 ‘대자유(大自由)’를 누리게 된다.


바로 대붕의 자유다. 태풍을 타고 날아올라 창공에서 큰 날개를 펴 바람결을 타고 구만리를 날아가는 삶이다.

참새로 살아가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젊은이들을 많이 본다. 그들은 다시 건강한 참새로 돌아가기를 간구한다.

하지만 참새들은 깨달아야 한다. 자신들은 애초에 대붕이었다는 것을. 참새의 껍데기를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 안에서 뜨겁게 흐르는 대붕의 피를 느껴야 한다. 겨드랑이에서 큰 날개가 돋아나게 해야 한다.

잠재력을 깨워가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이 친자자연의 큰 이치에 따라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탁구를 치며 깨쳐가는 탁구의 이치는 사람이 사람과 맺어가는 관계의 이치에 닿아있다.


사람과 사람이 아름다운 관계를 맺어 가면, 사람살이는 천지자연의 이치에 닿게 된다.


이것을 심층심리학자 융은 자기실현, 우리 마음의 전체인 자기(self)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와 나는 같은 혈육이다

그러나 사과는 내게 먹힌다

더욱 놀라운 것은

벌레도 사과를 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벌레는 사과 속에서 먹고 입고 자기까지 한다

너무 평화스럽게 살고 있어서

쫓아낼 수가 없다

〔 ......〕

아니 저것이 나보고 벌레라고 부를것 같다

도둑은 집이라도 남겨두는데 저 놈은

집까지 먹어버리는 벌레라고 할 것 같다


- 이생진, <나와 벌레의 관계> 부분



우주의 차원에서 보면, 모든 생명체는 서로의 몸을 나누는 관계다. 인간은 이런 관계망 저 위에서 산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이 먹이사슬의 최강자, 오로지 먹기만 하는 존재라고 착각한다.


시인은 사과를 먹다 벌레를 발견하고서 천지자연의 이치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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