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기복례(克己復禮)

by 고석근

극기복례(克己復禮)


자기를 이기고 예(禮)로 돌아가는 것이 인(仁)이다. - 공자



우리의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은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결혼이 결국엔 파탄에 이르는 슬픈 과정을 보여준다.


총각인 나무꾼은 어느 날 우연히 사냥꾼에게 쫓기는 사슴을 구해준다. 사슴은 나무꾼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선녀탕을 알려준다.


나무꾼은 보름달이 뜨던 날, 선녀탕으로 갔다. 선녀들이 날개옷을 벗어놓고 목욕을 하고 있었다.


나무꾼은 사슴이 일러준 대로 선녀의 날개옷을 하나 훔쳤다. 목욕을 마친 선녀들이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하지만 날개옷이 없는 선녀는 발만 동동 굴렀다. 그때 나무꾼이 다가와 자신과 결혼해주면 날개옷을 주겠다고 했다.


선녀는 할 수 없이 나무꾼을 따라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던 나무꾼의 아내가 된다.


선녀는 아이 둘을 낳았다. 하지만 선녀는 하늘나라가 그리워 밤마다 눈물로 지새웠다.


나무꾼은 선녀가 안쓰러워 아이 셋을 낳을 때까지는 날개옷을 보여주지 말라는 사슴의 당부를 잊고 말았다.

나무꾼이 날개옷을 보여주자 선녀는 너무나 기뻐했다. 하지만 그날 밤에 선녀는 아이 둘을 안고 하늘나라로 날아가 버렸다.


나무꾼은 선녀의 마음을 얻으려 생각하지 않고, 왜 날개옷을 강제로 훔쳐 결혼하려 했을까?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 ‘의존성’ 때문이었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태어나 오랫동안 부모에게 의존해야 한다.


갓 태어난 아기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누워서 먹고 자는 게 전부다. 이때 어머니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준다.

이때 마음 깊이 새겨진 ‘무조건적인 사랑’은 한평생 우리를 나약한 인간으로 살아가게 한다.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살아갈 수 있다. 나무꾼은 남의 생각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다.


스스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왜 사슴의 말을 순순히 따르는가? 여자가 바라는 남자는 의존하는 남자가 아니다.


여성은 자녀를 낳으며 어머니가 된다. 하지만 많은 남자들은 자녀를 낳고도 아버지가 되지 못하고 아이로 살아간다.


여성 안의 아니무스, 남성성의 1단계는 근육질의 남자다. 수렵시대에는 남자가 사냥을 잘해야 가족이 먹고 살 수 있었다.


2단계 아니무스는 일을 열심히 하는 남자다. 농경사회의 모범적인 남자다. 도시국가가 형성되면서 아니무스는 3단계 말 잘하는 남자가 된다.


마지막 4단계 아니무스는 최고의 인간, 성자다. 나무꾼은 어디에 속하는가? 그는 여성의 마음속에 없다.


그러니 선녀는 기회만 있으면 떠날 것이다. 결국 선녀는 하늘에 나무꾼은 땅에 서로 떨어져 살아가게 된다.

아니마, 남자의 마음속의 여성은 어떤가? 1단계가 어머니 같은 여성이다. 남자들의 아내는 대개 어머니와 유사하다.


지금도 나무꾼과 선녀는 이 세상에 수두룩하다. 그들이 끊임없이 불화를 겪는 이유다.


2단계 아니마는 섹시한 여성이다. ‘어머니’와 결혼한 남자들이 이런 여성을 찾아 부유한다.


3단계 아니마는 성스러운 여성, 4단계는 지혜로운 여성이다. 나무꾼은 선녀에게서 섹시함, 성스러움, 지혜로움을 발견할 수 있었는가?


나무꾼은 사슴의 도움으로 하늘나라로 올라간다. 선녀와 재회한 나무꾼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어머니를 잊지 못한 나무꾼은 땅으로 내려가게 되고, 다시는 하늘나라로 올라가지 못하게 된다.


나무꾼은 수탉이 되어 지금도 새벽에 눈을 뜨면 지붕에 올라가 선녀가 있는 하늘을 향해 구슬프게 운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좋은 운은 온다. 사슴 같은 기인의 도움이다. 나무꾼은 이 좋은 운을 사랑스럽게 가꿔가지 못했다.


‘의존성’ 때문이다. 다 큰 어른이 어머니가 그리워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많은 여자들이 남편을 돌보아야 할 아들이라고 생각한다. “아들 하나 더 키운다고 생각하지 뭐.”


현대의 남자들은 극기복례, 자신을 이기고 예로 돌아가, 서로 사랑하는 부부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니 십구문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 박목월, <가정> 부분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어설픈 아버지’가 지배하는 세상, 가부장 사회. 인류는 오랫동안 모계사회였다. 모계사회의 어머니는 어설프지 않았다.


하늘과 땅, 산과 강이 모두 어머니였다. 인류는 어머니의 품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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