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유위(人心惟危)

by 고석근

인심유위(人心惟危)


우주를 한 사람으로 축소시키고 그 사람을 신으로 확대시키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 빅토르 위고



늑대 같은 육식 동물들은 자신들의 영역이 있다. 누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고 항거한다.


그런데 늑대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지 못하고 패배하면 어떻게 될까? 침범한 늑대들 앞에 머리를 조아린다고 한다.


그러면 승리한 늑대들은 아량을 베풀어 그들을 살려준다고 한다. 참으로 멋진 전쟁이 아닌가?


인간도 일정 부분 육식동물이라 전쟁에서 패배했을 때, 늑대들처럼 한다. 하지만 인간은 늑대들과 다르게 대응한다.


패배한 인간들을 몰살시키는 경우가 많다. 수십만 명을 한꺼번에 참살하는 인간. 어쩌다 지구에 이런 돌연변이가 나타났을까?


인간도 그렇게 잔인하게 태어나지 않았다. 나는 어릴 적에 마을 또래들과 ‘고상 받기 놀이’를 자주했었다.

일종의 레슬링이다. 상대방을 힘으로 제압하는 놀이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지는 않았다.


상대방을 몸으로 누르거나 목을 조르거나 하여 힘으로 제압하면, 상대방은 “고상!”하고 소리쳤다.


그러면 싸움은 끝이었다. 누가 보면 흡사 두 마리의 육식 동물 같았을 것이다. 깨끗한 승부와 승복, 다른 육식동물들과 같았다.


조금 더 커서 싸움을 할 때도 같았다. 상대방의 코에서 피가 나면 끝이었다. 서열이 정해졌다.


승자는 승자답게 패자는 패자답게 지내게 되었다. 함께 어디 갔을 때,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승자가 앞장을 섰다.


육식동물들이 서로의 영역을 정해서 치열하게 싸우는 것은, 서로의 진화를 위한 싸움일 것이다.


그렇게 자신들을 혹독하게 단련해야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더라도 헤쳐 나갈 수 있을 테니까.


인디언들은 전쟁 포로를 양자로 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백인들과 싸울 때도 백인 포로를 양자로 삼았다고 한다.


인디언들의 양자로 살던 백인들이 침범해온 백인 군대와 전쟁을 하다 백인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때 백인 군대의 포로가 된 백인들은 인디언 마을로 돌아가기를 희망했다고 한다. 그들은 인디언과 살면서 무엇을 보았을까?


원초적인 본성을 갖고 있던 원시인들, 어린 아이들은 알았을 것이다. 삼라만상은 하나로 어우러져있다는 것을. 상대방을 사라지게 하면 자신들도 사라진다는 것을.


삼라만상의 존재 법칙은 상생상극(相生相剋)이다. 삼라만상은 서로를 죽이면서도 서로를 살린다.


그런데 문명인들은 왜 이러한 천지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게 되었을까? 인류 멸종의 위기까지 초래하게 되었을까?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자아’가 있다. 자신에 대한 의식이다. 다른 동물들은 ‘나’라는 의식이 없어 자신을 위한 사사로운 욕심에 빠지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본능의 명령을 따를 뿐이다. 본능은 천지자연의 이치에 맞게 설계되어 있기에 그들은 천지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다.


인간의 자아는 무한한 탐욕에 젖어 들 수 있다. 인간은 이럴 적에 전적으로 자신의 생존을 부모에게 의존한다.


배가 고프면 ‘응아!’하고 운다. 그러면 즉각 엄마가 젖을 준다. 이게 계속 반복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기는 자신이 ‘전지전능(全知全能)’하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아,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구나!’

이 유아적인 생각을 떨쳐버리게 하기 위해 원시인들은 가혹한 성인식을 했다. 아이 속의 ‘유아(乳兒)’를 죽게 했다.


그런데 문명인들은 성인식을 하지 않는다. 유아에서 바로 어른이 된다. 이런 어른들이 지배하는 지구가 온전할까?


그들이 어마어마한 돈을 갖거나, 무시무시한 핵폭탄을 갖게 되면? 지금 지구상에는 그들에 의해 온갖 참상이 일어나고 있다.


공자는 말했다.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미약하다. 인심유위, 도심유미. 人心惟危 道心惟微.”

그래서 모든 성현들을 우리에게 가르쳤다. ‘도심(道心)’을 중신에 놓고 살아가라고. 도심은 인간 내면에 있는 천지만물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마음이다.


이 마음은 인간이 동물에서 진화하면서 획득된 다른 존재와 공감하는 능력, 사랑으로 나타난다. 이 사랑의 능력은 아직 미약하다.


인간은 기로에 놓인 것 같다. 멸종하느냐?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 이 지구상에서 살아남느냐?



내 안의 깊은 길을 흘러

그들의 마을로 간다

그들의 공간 속에서

그들은 낯선 기둥처럼 우뚝 선다

딛고 선 땅 위엔

들풀들이 가득하고

바람은 풀잎을 헤치고

나를 향해 불어온다

그들은 나를 느낀다


- 연왕모, <공감대> 부분



시인은 ‘내 안의 깊은 길을 흘러/ 그들의 마을로 간다’


‘바람은 풀잎을 헤치고/ 나를 향해 불어온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바람이 분다. 바람은 천지만물을 하나로 이어주는 전령사다.


‘그들은 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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