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론

by 고석근

소크라테스의 변론



소크라테스의 친구 카이레폰은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 신전에서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은 없다”라는 신탁을 들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당대의 저명인사들을 찾아 나섰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소크라테스는 크게 깨달았다.

‘이들의 말에는 앞뒤가 안 맞는 얘기가 많구나... 나는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을 아는데 그들은 자신이 잘 모른다는 것을 모른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한 가지를 더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 누가 소크라테스처럼 이 시대의 최고 명사들을 찾아가 소크라테스가 했던 질문들을 던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저명인사들은 화를 낼 테고 질문을 던진 사람은 ‘아니, 이 사람들 실력이 이 정도였단 말이야? 하고 한탄을 할 것이다.


차이가 무엇일까? 소위 유명인들은 명문고, 명문대를 다니면서 ‘지식 위주의 공부’를 했을 것이다.


인간에게는 타고난 지혜(智), 시비지심이 있어 선입견을 버리고 그들의 말을 들으면 그들의 무지가 한 눈에 보인다.


‘명문대 출신이니까... 유명한 대학 교수니까... ’ 이런 편견만 버리면 누구나 남을 보는 밝은 눈이 있다.


아테네의 유명 지식인들도 지식 위주의 공부를 했을 것이다. 그 잡다한 지식들로 그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크게 높여 왔을 것이다.


지식을 머리에 저장하는 공부를 하게 되면, 그 지식들이 자신의 생각인 듯이 착각하게 된다.


그래서 누가 어떤 질문을 하면 자동적으로 외운 지식들이 줄줄 나온다. 그런 지식들 중에는 서로 상충되는 것이 참으로 많다.


몸으로 익히는 공부를 한 소크라테스의 눈에는 그들의 한계가 나무나 선명하게 보였던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 자리에 서서 답을 알게 될 때까지 서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몸으로 익히는 공부를 하게 되면, 자신의 생각으로 살아가게 된다. 자신의 생각이 하나하나 쌓이게 된다.


그 생각들, 지식들이 차츰 하나로 꿰뚫어지게 된다. 공자의 일이관지(一以貫之)다. 명대의 왕양명도 그렇게 공부했다.


왕양명은 어떤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마음속의 양지(良知), 타고난 지혜에 비추어 해결했다.


마음이 점점 밝아졌다. 그의 언행을 기록한 책이 전습록(傳習錄)이다. 스승으로부터 전해들은 것을 몸으로 익힌 것들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다. 사람들은 엄청난 지식들을 접하며 자신들이 똑똑하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지식은 많이 갖고 있을지 모르나 지혜로운 사람은 아니다. 어디서 들은 얘기들을 기억하고 있다가 적당한 때에 써먹는 게 지혜는 아닌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로고스, 이 세상의 이치가 자신의 마음속에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소크라테스는 그 로고스를 깨우는 공부를 했다.


다른 지식인들은 그 로고스를 깨우는 게 아니라 많은 지식을 머리로 외우는 공부를 했다,


그들은 머리에 가득 찬 지식들을 적재적소에 써먹을 줄을 알았다. 언뜻 보면 이런 사람들이 지혜를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건 몸에서 익혀서 나온 지식들이 아니기에 한참 말하다보면 서로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게 된다.

소크라테스가 이것을 지적했으니, 다들 얼마나 화가 났겠는가? 그들은 소크라테스를 고소하여 독배를 마시고 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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