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
‘홀’이라는 단편영화를 보았다.
복녀는 신부의 권유로 앞을 보지 못하는 한 노인을 돌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복녀는 자신의 방 창호지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복녀는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였다. 하지만 신부는 의심은 죄악이라며 회개하라고 말했다.
그 구멍은 복녀의 생각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저 할아버지가 그 구멍을 뚫었을 거야!’
‘그렇다면 저 할아버지는 앞을 본단 얘기네.’ 복녀는 할아버지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복도를 걸어가는 할아버지를 불러 세웠다. 눈동자가 없이 흰자위만 남은 할아버지의 눈앞에 등불을 비추어 보았다. 할아버지의 눈은 미동도 없었다.
‘그럼 안 보이는 게 맞는 거야?’ 편히 잠을 자려고 이부자리를 펴다가 방문을 보았다. ‘헉!’ 구멍이 한 개 더 늘어나 있었다.
그날 이후 구멍은 늘어나기 시작했다. 복녀는 깊은 밤에 호신용 칼을 들고 할아버지의 방을 찾아갔다.
할아버지의 방문 창호지에 손가락에 침을 묻혀 구멍을 뚫었다. 할아버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
복녀는 등불을 대고 방안을 훔쳐보았다. 순간, 방에서 뭔가가 복녀의 눈을 찔렀다. 복녀는 비명을 질렀다.
할아버지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복녀는 칼을 들고 할아버지의 배를 찔렀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복녀는 방문 창호지에 있던 구멍들이 말끔히 사라진 것을 발견하였다.
복녀는 할아버지가 자신의 방을 훔쳐본다는 ‘한 생각’에 빠져, 헛것을 보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나는 한 생각이 얼마나 무서운 지를 체험한 적이 있다. 그 한 생각은 나의 세계를 창조하였다.
이러다 사람이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손과 발이 나의 의지와 별개로 마구 움직일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사람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뇌로 본다. 한 생각에 빠진 뇌가 보는 세상은 망상의 세상이다.
이 망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단전호흡을 했다. 단전은 배꼽 아래에 있는 생명의 샘이다.
모든 강의도 멈추고 수시로 산으로 갔다. 걸을 때도 호흡을 깊이 했다. 숨이 코로 들어가 단전까지 깊이 내려가게 호흡을 했다.
평평한 산에서 돗자리를 깔고 앉아 요가를 하고 명상을 했다. 단전에서 생명의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생각을 하기 이전의 나, 나의 마음이 생명 자체에 머물렀다. 차츰 한 생각에서 풀려나기 시작했다.
인간은 자신을 아는, 자의식을 가진 존재다. 그러다보니 생각이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 진화하게 되었다.
생각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신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복녀도 한 생각에 빠졌을 때, 그 한 생각이 맞건 맞지 않건, 자신의 호흡을 가다듬었다면, 망상의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크게 보면, 우리는 망상 속에서 살아간다. 이 세상이 실재하는 것 같지만, 다 마음이 지어낸 허상이다.
인생 자체가 한 바탕 꿈이다. 우리는 삶이 꿈인 줄 알고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폭력을 저지르게 된다.
늘 호흡을 가다듬으며 생명의 샘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살아 있음’ 이것만이 진실이다.
생각이 단전을 떠나지 않도록, 항상 마음을 고이 단전에 품고 있어야 한다. 생명의 샘물에서 피어난 생각으로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