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by 고석근

마음


처음부터 선생님은 나를 싫어한 게 아니었다. 선생님이 내게 이따금 드러낸 무뚝뚝한 인사나 냉담한 몸짓은 나를 멀리하려는 불쾌감의 표현이 아니었다. 가엾게도 선생님은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이에게,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니 그러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었다.


- 나쓰메 소세키, <마음>에서



오래 전에 장례식장에서 구슬프게 울던 한 여인이 잊히지 않는다. 그녀는 계속 같은 말을 하며 울부짖었다.

“아직 할 말이 남았는데... 아직 할 말이 남았는데... .”


나는 먹먹해지는 가슴으로 생각했었다. ‘그 할 말이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다음 생에 다시 망자와 살게 된다면 할 말을 다 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일본의 근대소설의 아버지 나쓰메 소세키는 그의 소설 ‘마음’에서 할 말을 다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인간의 마음은 한 인간 전체다. 그 전체는 우주와 하나다. 그러니 그 광대한 마음을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더더구나 그 마음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하지 못한다. 말을 하려해도 말문이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의 마음은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하지만 가까이 살아가는 사람 사이에는 사랑과 함께 미움도 싹이 트니,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나면 한이 남게 된다.


하지 못한 말이 목에 맺혀있게 된다. 속에는 깊은 사랑의 마음이 있는데, 겉으로는 냉담한 척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우울하다.


일본의 동화작가 가사이 마리가 지은 그림책 ‘만나고 싶은데’를 읽는다. 아이들은 쉽게 하나의 마음이 된다.

이제 막 낯선 동네로 이사를 온 어린 곰이 창밖을 내다본다. ‘새로운 동네에서 친구가 생길까?’


밖에 나와 서성이던 어린 곰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곰 아이들을 발견한다. ‘와, 저기서 놀고 있구나!’


하지만, 다가가기가 망설여진다. ‘같이 놀고 싶어.’ ‘친구하고 싶어.’ ‘아니야, 혼자서도 놀 수 있어.’


혼자 눈을 뭉쳐 멀리 던진다. ‘눈싸움을 하자.’ 터덜터덜 나무 의자로 가서 앉는다. ‘역시 재미가 없구나.’


그때 가까이 서 있는 눈사람을 발견했다. ‘어, 눈사람이다! 누가 만들었을까?’ 곁에 눈사람 하나를 만들어 세워 주었다.


‘자, 친구가 생겼지? 이제 외롭지 않을 거야.’ 다음 날 놀이터에 가보니 눈사람이 하나 더 생겼다.


‘친구를 하나 더 만들어 줄게.’ 눈사람들 옆에 눈사람을 하나 더 만들어 세워 놓았다.


다음 날 어린 곰은 놀이터로 향했다. ‘눈사람은 친구가 하나 더 늘어났을까?’ 어린 곰은 환호했다.


“야호! 더 늘었다.” 다섯 명의 눈사람이 나란히 서 있다.


어린 곰은 나무 의자에 누워 생각했다. ‘어떤 아이가 만들었을까? 만나고 싶은데...... . 기다리면 만날 수 있을까?’


어린 곰은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곰 아이들을 보았다. ‘저 아이일까? 저 아이일까? 저 아이일지도 몰라!’


다음 날 어린 곰은 다시 놀이터에 갔다. ‘만나면 좋겠는데.’ 어린 곰은 비명을 질렀다.


“앗!” 눈사람들이 거의 다 녹아버렸던 것이다.


어린 곰은 망연히 서 있었다. ‘얼굴도 모르는 친구랑 서로 번갈아 만든 소중한 눈사람이 녹아 버렸으니 이제는 못 만나는 걸까?’


어린 곰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외쳤다. “눈아, 내려라! 눈아, 내려라! 눈사람을 만들고 싶단 말이야!”


어린 곰은 눈사람들이 서 있던 자리 주변을 서성였다. 그러다 한 곰 아이를 보았다. ‘어쩌면 저 아이가...... .’


나무 의자에 혼자 앉아 있는 곰 아이에게 달려갔다. 두 곰 아이는 서로 바라보며 동시에 외쳤다. “혹시...... .” “......눈사람?”


마침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두 곰 아이는 신이 나서 눈을 맞으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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