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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by 고석근

정의란 무엇인가?


당신이 달리고 있는 기차의 기관사라고 가정하자. 앞에는 두 갈래 철길이 있고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갑작스런 공사가 양쪽에서 각각 진행되고 있는데 한쪽에는 3명의 인부가 작업하는 중이고 다른 쪽에는 1명의 인부가 작업하는 중이라고 가정하자. 또 그 인부들은 모두 기차가 오는 것을 듣지도 보지도 못해 인부들이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가정하자. 이럴 때 여러분이 그 기차의 기관사라면 기차를 어느 쪽으로 몰고 가겠는가?

-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나는 오래 전에 기관사를 보조하는 기관조사로 2년 동안 근무를 했었기에 ‘기관사의 정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실제로 이런 경험을 하는 기관사는 그 당시에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때는 철로를 바꾸는 것은 역 구내 근무자가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기술이 발전하여 기관사가 철로를 조종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만일 기관사가 철로를 조종할 수 있다면, 저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인간은 한평생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해야 정의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오래 전에 가보았던 ㄱ고등학교 복도에 커다란 현판이 걸려 있었다. 거기에 다음과 같이 씌어있었다.


ㄱ고 직업 선택 10계명- ...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을 절대 가지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을 가라... 장래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부모나 아내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

나는 기관사라는 직업을 부모님의 뜻에 따라 선택했다. 그때 내가 깊이 생각하여, 나의 내면의 신(神)이 가라고 하는 곳으로 갔더라면 그 직업을 갖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기관사라는 직업을 본인이 선택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마이클 샌델이 제시한 저 문제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다를 것이다.


기관사라는 직업이 본인의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저런 상황을 경험하거나 저런 가상의 상황을 생각하게 되었다면, 저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관사는 저런 상황을 하나의 ‘불운’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것이다.


나도 그랬다. 기관조사로 근무할 때, 인명사고가 났었다. 어둑한 저녁에 기차가 다리 위를 지나갈 때였다. 아, 멀리서 한 사람이 엉거주춤 서 있었다.


나는 두 손을 들어 기관사에게 급정거하라고 소리쳤다. 끼이익- 하지만 기차는 제동거리, 멈추는 거리가 길다.


나는 그 참혹한 사건을 겪은 후, 그런 사고를 막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 나는 몇 달 후 기관조사라는 직업을 그만두었다.


정의는 옳은 것을 말한다. ‘옳은 것’은 누구나 안다. 맹자가 말하는 인간의 본성(本性)에는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 본성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마음이 되어가게 된다.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 장래성이 있는 곳, 부모나 아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게 된다.


이런 삶에서는 정의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정의의 바람이 거세게 일어났음에도 우리사회의 정의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우리는 항상 깊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매순간 내면의 소리가 선택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어갈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우리가 ‘삶의 주인’으로 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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