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결혼은 미친 짓이다

by 고석근

결혼은 미친 짓이다


그대는 계속해서 그대 자신을 육성할 뿐 아니라 위로 뻗어 오르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결혼이라는 정원이 그대에게 도움이 되기를!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최초의 인간은 현생 인류 몸의 배수였다고 한다.


몸통 하나에 얼굴은 앞뒤로 두 개가 있었고, 팔도 네 개, 다리도 네 개였다. 어디를 갈 때는 여덟 개의 팔다리로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회오리바람 모양으로 움직였다.


힘도 지금의 인간보다 여덟 배는 센데다 고집이 세고, 신들에게 반항하기 일쑤여서 신들도 다루기 어려웠다.


화가 난 신들의 왕 제우스는 인간의 막강한 능력을 줄이기 위해 인간을 반으로 갈라놓았다.


이때부터 인간들은 자신의 반쪽을 찾아다니느라 더 이상 신들을 괴롭히지 않게 되었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성을 만나게 되면, 반쪽을 만난 듯이 부둥켜안는다. 비로소 온전한 인간이 된 듯하다.


인간은 오랫동안 서로의 이성을 만나오면서 깊은 무의식에 이성의 상이 형성되었다. 심층심리학자 카를 융이 말하는 ‘아니마와 아니무스’다.


아니마는 남성 내면의 여성성이다. 1단계 여성상은 어머니다. 남자는 한평생 어머니의 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2단계는 섹시한 여성상이다. 어머니 같은 여성과 깊은 사랑을 나누게 되면, 이제는 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여성에게 자꾸만 눈길이 가게 된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팜므 파탈’이 존재하는 이유다.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팜므 파탈을 만나 모든 것을 잃어버렸는가?


3단계는 성스러운 여성상이다. 1,2단계의 여성상을 거친 남자는 이제 성스러운 여성을 찾게 되는 것이다. 천주교의 성모 마리아, 불교의 관세음보살이 3단계 여성상이다.


마지막 단계, 4단계는 지혜로운 여성상이다. 남자에게 무궁무진한 지혜와 영감을 주는 소피아다. 뛰어난 영웅, 예술가의 뮤즈들이다.


여성 내면의 남성상, 아니무스도 4단계다. 1단계는 육체적 힘이 강한 남자다. 원시 시대에 형성된 남성상 같다.


2단계는 일을 열심히 하는 남자다. 농경 사회가 시작되면서 여성의 무의식에 형성된 남성상일 것이다.


3단계는 말을 잘하는 남자다. 아마 도시 국가가 형성되면서 생겨난 남성상일 것이다. 그때는 남자들이 지도자가 되려면 언어를 잘 구사해야 했을 테니까.


마지막 4단계는 성자다. 많은 연애를 해 본 여성은 최고의 남자, 성자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 반쪽을 만나면 인간은 온전해지고 행복해질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체험적으로 알고 있다.


오래 전에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소설이 나왔다. 그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융은 말했다. “인간은 자신의 짝을 찾지 않고서는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없는데, 그 짝은 자신 안에 있다.”

아니마, 아니무스의 4단계는 상징이라는 것이다. 한 인간이 ‘온존한 인간, 양성적 인간’이 되어가는 정신적 성숙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은 미친 짓이 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치정 사건들은 미친 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인생의 목적은 자기실현(自己實現)이다. 온전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니체는 “결혼이라는 정원이 그대에게 도움이 되기를!”하고 말했다.


우리가 온전한 인간, 양성적 인간이 되어갈 때, 사랑과 결혼은 미친 짓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리스 신화를 비롯한 모든 신화를 상징으로 읽어야지 실제 이야기로 읽지 말아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착한 일을 하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