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

by 고석근

카르페 디엠


모든 것은 부서지고 모든 것은 새로 결합된다. 존재의 동일한 집은 영원히 재건된다. 모든 것은 헤어지고 다시 서로 만난다. 존재의 원환은 영원히 자신에게 충실하게 회전한다. 매 순간에 존재는 시작된다. (...) 중심은 도처에 있다.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불교의 경전 ‘잡비유경(雜譬喩經)에 나오는 이야기다.


고타미라는 여인이 거의 실성한 채로 자신의 죽은 아들을 안고 사람마다 붙들고 아이를 살릴 방법이 없는지를 물었다.


사람들은 석가모니에게 찾아가면 살릴 방도가 있을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여인은 죽은 아이를 안고 석가모니에게 달려갔다.


여인이 죽은 아이를 살려달라며 절규하자 석가모니가 말했다. “여인이여, 아이를 살려줄 테니 한 번도 장례를 치르지 않은 집에 가서 겨자씨를 구해오라.”


여인은 마을로 달려갔다. 여인은 마을의 모든 집을 샅샅이 찾아 다녔다. 흔한 겨자씨는 쉽게 얻을 수 있었지만, 장례를 한 번도 치르지 않은 집은 찾을 수가 없었다.


여인은 점차 깨달았다. 여인은 겨자씨를 구하려는 집요한 마음을 멈추고, 며칠을 안고 뛰어다니던 죽은 아들을 땅에 묻은 후 기원정사로 돌아가 석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인은 깨달았던 것이다. ‘사람은 다 죽는구나!’ 태어나면 모든 생명체는 죽어야 하는 가혹한 운명, 그 처절한 ‘천지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은 천지자연의 섭리를 깨달아 그 섭리에 맞게 살아가라는 것이다. 이런 경지에 오른 사람을 부처라고 한다.


우리가 천지자연의 섭리를 잘 모르고 살아가게 되는 것은, ‘자신의 생각’에 빠져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을 아는 ‘자의식(自意識)’이 있어, 자신을 중심에 놓고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나 중심’으로 삶과 죽음을 바라보면, 자신과 아들이 죽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그래서 불교에서는 ‘나는 없다’는 것을 밝혀내어 ‘나 중심의 사고’를 해체하려고 한다.


무아(無我)를 깨달아 자신이 천지자연 그 자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이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대재앙으로 사람이 더 이상 지구에서 살아갈 수 없는 미래, ‘인류 이주 프로젝트’를 위해 우주선을 타고 갔던 아버지가 지구로 돌아오자 딸은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시간은 자신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다. 객관적인 ‘현재’라는 시간은 없다.


시간이 직선으로 흐른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나 중심의 사고가 만들어낸 망상이다.


나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면, 이 세상은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카르페 디엠’은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의 한 구절이라고 한다.


이 말은 ‘현재를 잡아라’ 혹은 ‘현재를 즐겨라’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현재가 있나?


있다.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존재하는 ‘이 순간’이다. 이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면, 우리는 느낀다.


시간이 사라진 깊은 평온, 황홀한 이 순간을 잡고 이 순간을 즐기라는 게 카르페 디엠이다.


우리가 이 세상을 고요히 바라보면, ‘모든 것은 부서지고 모든 것은 새로 결합하고 존재의 동일한 집은 영원히 재건되고 모든 것은 헤어지고 다시 서로 만나는 것’이 보인다.


삼라만상의 실상이다. 이러한 실제의 세상을 알게 되면, 우리는 나 중심을 벗어나 ‘큰 나’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게 된다.


‘지금 여기’에 온 마음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찰나가 영원한 현재가 되는 삶이다.


이것을 니체는 “존재의 원환은 영원히 자신에게 충실하게 회전한다. 매 순간에 존재는 시작된다. (...) 중심은 도처에 있다.”고 말한다.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이다. 영원회귀 사상은 카르페 디엠이 된다. 니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요한 것은 영원히 생생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영원히 길게 산다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적으로 단순히 살고 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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