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해!
그대는 그대 자신이 되어야 한다.
- 니체, <즐거운 지식>
TV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창 시절에 당한 잔혹한 폭력으로 영혼까지 망가진 한 여자가 가해자들에게 온 생을 걸고 복수하는 너무나 슬픈 이야기다.
과거 학교 폭력 사건으로 많은 유명인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에는 한 고위 공직자 후보가 자녀의 학교 폭력 사건으로 낙마했다.
정부에서는 ‘한번 잘못하면 인생이 끝난다는 취지로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법치에 의해 학교 폭력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법치를 내세워 성공한 나라는 중국의 진나라였다.
잔혹한 살인이 일상이 된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약소국이었던 진은 법가사상(法家思想)을 도입했다.
그 당시 귀족들은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그들은 예(禮)에 의해 통제되었다. 법은 평민, 노예들에게만 엄격하게 적용되었다.
진나라는 귀족들에게도 평민과 동등하게 법을 적용했다. 많은 인재들이 진에 몰려와 진은 강한 나라가 되어 천하를 통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진은 곧 멸망하고 이후 중국은 한, 수, 당, 송으로 이어져 가며 차츰 통치 철학으로 유가(儒家)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유가의 창시자는 공자다. 공자는 혼란한 춘추전국시대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인간의 ‘본성(本性)’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자의 뒤를 이은 맹자는 인간의 본성에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있다고 했다. 그 이후 유교는 오랫동안 동아시아의 통치이념이 되었다.
세상이 혼란해지면 인간의 마음도 혼란해진다. 본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본성을 잃어버린 마음이 악한 마음이다.
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죄를 지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본성을 회복하게 해야 할까? 엄격하게 처벌을 해야 할까?
강하게 처벌을 하면, 그 사람은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게 될까? 다른 사람들도 겁을 먹어 죄 지을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될까?
악한 마음을 지닌 사람은 반드시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되어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해치게 되어있다.
본성을 잃어버리게 되면, 깊은 무의식 속에 검은 그림자가 생겨 자신도 그 검은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려면 본성을 회복해야 한다. 본성이 마음의 종심에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으면, 인의예지의 마음이 저절로 밖으로 나와 선하고도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
따라서 강한 법으로 악한 사람을 바르게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동아시아의 봉건시대는 유교의 ‘본성을 깨우는 통치 철학’에 의해 유지될 수 있었다.
학교 폭력 문제는 학생들의 본성을 회복하게 하는 교육이 우선시되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법대로 해!’는 그 다음이 되어 한다. 학생들의 본성을 깨우는 교육을 하려면 먼저 복지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학교 교육에서 그 좋은 제도들이 거의 다 실패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복지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면, 학교교육이 치열한 입시 경쟁의 장에서 벗어나게 된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면, 학교 교육은 인문학, 예술교육이 중심이 될 것이다.
학생들의 본성이 깨어나면, 자연스레 학교 폭력은 사라지게 된다. 우리 사회 전체에 사랑이 가득해질 것이다.
독일에서 미술 공부를 하는 큰 아이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얘기한 적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음식 배달을 가는 도중에 자전거가 고장이 났단다. 그래서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길을 가던 한 독일인이 30분 동안이나 고쳐주고 가더란다.
음식 주문을 한 가정집에서도 30분 늦게 음식을 가져갔지만, 사정을 얘기하니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더란다.
자전거로 음식 배달을 하고, 길을 가다 남을 도와주고, 음식이 늦게 와도 불평을 하지 않는 사회는 복지가 되면 어느 사회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학교 교육에서는 얼마나 많은 좋은 제도들을 받아들였는가? 하지만 그 좋은 제도들이 다 실패하게 된다.
악한 인간이 된 사람에게는 모든 좋은 제도는 나쁜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을 강한 법치로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건, 본성의 회복이다. 본성의 회복을 위한 복지다. 우리가 온 마음을 다해 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