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다

by 고석근

비밀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다


도덕적으로 비판하거나 판결한다는 것은 옹졸한 정신을 지닌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즐겨 행하는 복수 방법이다. 한편으로는 자기가 아무리 해도 옹졸하게 타고났다는 데 대한 일종의 보상 심리이기도 한다.


- <선악을 넘어서>



얼마 전에 절도 사건이 일어난 초등학교 교실에서 여자 담임선생님이 속옷 차림으로 아이들에게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고 훈계했다고 한다.


그 교사는 아이들에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가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런 모습에서 ‘엽기’를 느끼게 될까? 우리에게도 그 교사와 같은 도덕에 대한 강박증이 있을 것이다.


에덴동산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던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따 먹은 후, 자신들이 벌거벗은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인간에게 가장 큰 비극은 ‘선악(善惡)’에 대한 원초적인 강박증일 것이다. 마음이 선과 악으로 나눠지게 되면, 인간은 결코 행복할 수가 없다.


강한 원죄의식을 가진 허약한 인간은, 항상 남들의 언행에 대해 도덕의 칼날을 들이대게 된다.


니체는 이러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행위를 “옹졸한 정신을 지닌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즐겨 행하는 복수 방법”이라고 말한다.


옹졸한 정신을 지닌 사람은 결코 자신의 옹졸함을 인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옹졸하지 않은 다른 사람을 깎아내려야 한다.


그들은 ‘옹졸하게 타고났다는 데 대한 일종의 보상 심리’로 도덕적인 인간이 되려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교사의 절박한 도덕교육이 우리의 눈에 괴기스럽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아이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공부 모임의 한 회원이 말했다. “교실에서 절도 사건이 일어나 물건을 훔친 학생을 찾아냈어요. 그런데 물건을 잃어버린 학생이 제게 울면서 말했어요. 그 아이를 용서해 주라고요. 그 아이와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대요.”


아이들은 잘못을 저지르면서 자란다.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게 되면, 아이들의 정신은 제대로 성숙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선과 악에 대한 강박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음의 힘이 커져서 자신도 모르게 선을 행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음속에 남에 대한 시기심, 열등의식이 가득한 사람이 어떻게 도덕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 허약한 사람이 선행을 하게 되면, 그는 위선자가 되고 만다. 우리는 아이들(어른의 어린 마음도)은 싸우면서 큰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한껏 꽃 피워가며,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며, 용서하고 용서받기도 하며, 당당한 한 인간이 되어가야 한다.


그럴 때 그는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삶의 주인이 되어야 도덕적인 선을 행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존중감이 약한 사람은 남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찾으려 한다.


그들은 도덕적인 우월감으로 자신의 허약함을 감추려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니체는 “선한 자가 되지 말고 약자가 되라!”고 말했다.


도덕을 부르짖는 허약한 자들은 자신이 약자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강자가 되려고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재능을 꽃 피워 가면 강자가 된다. 사람의 타고난 재능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 다르게 태어났기에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 누구나 숨겨야 하는 비밀이 있다.


시인 이상은 “비밀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다”고 했다. 우리의 영혼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진흙투성이 속에서 살아가야한다. 인간 세상에 가장 필요한 건, 사랑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아파하고 함께 즐거워하는 마음이다.


윤동주 시인은 우리 모두를 위하여 ‘서시’를 노래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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