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가족
그들은 서로 서로 몰아대지만 어디로 몰아대는지를 모른다. 그들은 서로를 열나게 하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들은 그들의 쇠붙이를 짤랑거리고 그들의 금화를 짤랑거린다.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지갑을 잃어버려서 그러는데, 2만원만 빌려주시겠어요?” 고속도로 휴게소 근처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살아
가는 고속도로 가족.
아빠 장기우, 엄마 안지숙, 큰 딸, 작은 아들. 이들은 휴게소 방문객들에게 돈을 구걸하여 캠핑 온 가족처럼 살아간다.
이들은 텐트 안에서 함께 춤을 추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내 쫓겨나게 된다.
다시 가방 몇 개를 들고 기약 없이 길을 떠나는 가족, 이들은 다시 어느 작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비극이 시작된다. 돈을 주었던 한 아주머니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그 아주머니의 고소로 경찰이 오고 가족들은 도망치다 붙잡혀 경찰서로 가게 된다.
사기죄로 유치장에 갇히게 된 아빠, 고소한 아주머니는 나머지 가족들을 두고 볼 수 없어 자신의 사업장인 중고 가구점으로 데리고 간다.
엄마와 누나, 남동생은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가족들이 그리워 견딜 수 없었던 아빠가 유치장을 탈출하게 되면서 이 가족은 파탄에 이르게 된다.
엄마는 보육원 출신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다 대학생인 남편을 만나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이들은 오순도순 평범하게 잘 살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작은 집이 사기를 당하면서 날아가게 되었다.
우리는 한순간에 이렇게 될 수가 있다. 돈의 신을 숭배하는 사람들은 서로 싸우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니체는 현대의 물질문명을 향해 침을 뱉는다.
‘그들은 서로 서로 몰아대지만 어디로 몰아대는지를 모른다. 그들은 서로를 열나게 하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들은 그들의 쇠붙이를 짤랑거리고 그들의 금화를 짤랑거린다.’
노자는 말했다. “어진 사람을 떠 받들지 않으면 백성들이 다투지 않는다. 불상현 사민부쟁. 不尙賢 使民不爭.”
노자는 어진 사람조차도 떠 받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진 사람을 떠 받드는 사회에서는 어진 척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어진 사람도 위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자는 모든 인간, 삼라만상을 존귀하게 보았다. 어느 게 더 존귀하게 되면, 다들 그 존귀한 것을 쫓아가게 되어 이 세상은 아비규환의 생지옥이 된다.
현대사회는 무엇을 존귀하게 보는가? 바로 돈이다. 돈이 유일신이 되 세상, 서로 싸우게 되고 결국에는 서로 사기를 치게 된다.
사기를 당해 노숙자로 전락한 한 가족이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사기를 쳐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자식을 잃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한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아빠를 제외한 가족들이 안정을 찾아가지만, 외톨이가 된 남편이 가만히 있겠는가?
“오빠만 빠져나가면 나머지 우리 가족은 잘 살아 갈 수 있어!” 자식들이라도 살리려 남편을 버린 엄마.
가족에서 내팽개쳐진 남편은 서서히 망가져 간다. 어느 날 ‘불깡통’을 돌리며 나타난 폐인 아빠.
아빠는 자신을 제압하려는 사람들과 몸싸움을 하다 중고 가구점에 불을 내게 된다.
불을 끄다 치마에 불이 붙은 엄마, 그 위로 떨어지는 불이 붙은 가구들, 아빠가 달려가 엄마를 안고 쓰러진다.
소방차가 와 불을 끄고 난 자리에서 발견된 엄마를 감싸고 죽은 아빠, 엄마는 살아나 아기를 낳는다.
아빠는 가족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유산을 남겼다. 이 유산의 힘으로 나머지 가족들은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시인 이상은 우리의 슬픈 ‘가정(家庭)’을 노래한다.
‘문을 암만 잡아 다녀도 안 열리는 것은 안에 생활이 모자라는 까닭이다. 밤이 사나운 꾸지람으로 나를 졸른다. 나는 우리 집 내 문패 앞에서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나는 밤 속에 들어서서 제웅처럼 자꾸만 멸해 간다.’
가정의 생활을 책임지는 가장인 시인은 집에 생활이 모자라면 집에 당당하게 들어갈 수가 없다.
그는 ‘사나운 꾸지람으로’ ‘제웅처럼 자꾸만 멸해 간다.’ 그는 우리사회의 아버지의 대표로서 가장의 애가(哀歌)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