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욕망은 남의 욕망이다

by 고석근

나의 욕망은 남의 욕망이다


욕망을 포기하지 말라, 주체여.


- 자크 라캉 Jacques Lacan (1901 - 1981,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말했다. “나는 생각하는 곳에 존재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


생각은 언어다. 언어는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것이기에, 생각하는 한 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으로 살아가게 된다. 내가 아는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도 모르는 나의 깊은 마음 속, 무의식에 있다. 나도 모르는 내가 나다.


우리는 오랫동안 자신을 ‘이성적 인간’으로 생각했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 르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에 세뇌된 결과다.


우리는 양차 세계대전, 기후 위기를 가져온 이성적 인간을 넘어서야 한다. 이성은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무의식적, 충동적 인간이다. 생각이 멈춘 자리, 그 자리는 나의 무의식, 충동 같지만, 실은 이 우주의 운행, 율동 그 자체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우주 전체다. 천지자연 그 자체다. 우리는 언어가 심어준 욕망들로 살아가기에 인간 각자의 욕망이 있는 듯이 생각이 된다.


나의 욕망은 나의 욕망이 아니다. 남들의 욕망이다. 따라서 나의 욕망을 찾지 않으면 나는 허상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이 나의 욕망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나의 욕망은 어떻게 아는가?

해보는 수밖에 없다.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알 수 없는 충동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이 심어준 거짓 욕망이면, 이내 시들해진다. 신이 나지 않는다. 바닷물을 마시듯이 목이 마르다.


지치지 않는 것, 그것이 나의 욕망이다. 해마다 봄이 오듯이, 아침마다 해가 떠오르듯이, 천지자연의 운행 자체다.


나의 욕망인지 아닌지는 나의 머리가 아니라 몸이 안다. 나의 욕망 앞에서는 온몸이 환희에 떤다.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


(...)


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

새겨둘 말을 너는 도시(都市)의 피로(疲勞)에서

배울 거다

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 거다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거다!

복사씨와 살구씨가

한 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 같은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명상(瞑想)이 아닐 거다


- 김수영, <사랑의 변주곡(變奏曲)> 부분



우리가 간절히 사랑을 원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남의 욕망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자신의 욕망으로 살아가는 것들을 보자. 물, 불, 바람, 흙, 나무, 풀, 구름, 태양, 별, 짐승들... 모두 다른 존재들에게 사랑을 듬뿍 주며 살아가고 있다.


인간은 남의 욕망으로 살아가기에, 다른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모르게 된다.


사랑은 다른 사람의 영혼을 성숙시켜 주는 것이다. 자신의 욕망으로 살아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사랑을 배워가야 한다. ‘도시(都市)의 피로(疲勞)에서’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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