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경쟁
너희에게는 존경할만한 적이 있는가? - 프리드리히 니체
기러기들이 ㅅ자 대열을 이루며 하늘을 날아가고 있다. 제일 앞에서 날아가는 기러기가 최강자라고 한다.
독수리 같은 맹금류를 만나면 제일 앞장을 선 최강자가 맞장을 뜬다고 한다. 그러면 다른 기러기들이 합세하여 자신들을 지켜낸다고 한다.
어릴 적 수수밭을 지켜낸 경험이 있다. 붉은 수수밭 어둑한 곳에 숨어 있는데, 한 무리의 아이들이 몰려왔다. 옆 마을 아이들이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며 “야, 너희들 수수 따 먹으러 왔지?”하며 소리치자 그 중의 한 아이가 다가왔다. 같은 반 아이였다.
그는 씩 웃으며 씨름으로 결정하자고 했다. 자기가 이기면 수수를 따 먹고 지면 돌아가겠단다.
나는 속으로 아이들이 떼로 몰려와 나를 때려눕히고는 수수를 따 먹을까 걱정했는데,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좋아!” 나는 그와 서로의 허리끈을 잡았다. ‘이 녀석 싸움을 잘 하는 놈인데... 지면 어떡하나?’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리에 힘을 주었다.
오! 나의 승리였다. 나를 업어치기하려는 그의 다리를 걸어 옆으로 넘어뜨렸다. 그는 깨끗이 승복했다. 그들은 홀연히 떠났다.
수십 년 지나 길에서 우연히 만난 그와 술잔을 기울이며 그때 이야기를 하며 서로 호탕하게 웃었다.
어릴 적에는 씨름이라든가 뛰어내리기 달리기 같은 경쟁적인 경기를 많이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성장해갔다. 그렇다 성장하기 위한 경쟁이었다.
아마 인류의 오랜 습속일 것이다. 경쟁을 하며 서로를 성장시키고 강자를 뽑아 사냥이나 전쟁을 할 때 앞장 설 사람을 뽑기 위한 아름다운 경쟁의 장을 열었던 것이다.
고대 문명을 활짝 꽃 피웠던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올림픽 경기가 있었다. 서로의 아레테(탁월함)를 겨루는 경기들이었다. 아곤(경쟁)의 장이었다.
타락한 경쟁을 안타곤이라고 했다. 우리의 경쟁들은 거의 모두 안타곤일 것이다. 우리는 서로 성장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자신만 살겠다고 서로를 죽이는 경쟁을 하고 있지 않는가?
가을 저녁의 조용함을 휘저어놓고
하늘 저 멀리 구슬픈 소리가 건너간다.
대장간의 백치 아이가
〔......〕
새가 나는 흉내를 하면서
그 주위를 빙빙 돌아다닌다.
까악- 까악- 외쳐대면서.
- 이시카와 다쿠보쿠,《철새》부분
시인은 백치 아이가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 흉내를 내며 빙빙 돌아다니고 까악- 까악- 외쳐대고 있는 광경을 본다.
시인도 그 아이도 하늘의 새들 나라로 망명하고 싶은 것이다.
시인은 안중근 의사를 지지했던 일본군국주의시대의 양심이었다.